경제·금융 경제동향

대전 나노·안동 바이오…'여의도 11배' 지역 혁신거점 구축

[첨단산업 육성전략]

◆ 전국 15개 첨단산단 조성

尹 "첨단산업, 균형발전과 직결"

오송 철도·광주 미래차·창원 원전

용인 외 14곳 산단 모두 비수도권

정부, 그린벨트 해제 등 전폭지원

6대 산업 중 반도체에 340조 투입

자동차 95조·디스플레이 62조 順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경기도 용인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710만 ㎡)’ 조성과 함께 비수도권에 여의도 면적의 11배(3300만 ㎡)에 이르는 14개의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지정한 것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촘촘한 산업벨트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존의 산업단지 부지에는 첨단산업에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해 산업 생태계 구축에 한계가 있다”며 “산업 패권 경쟁 대응과 지방 시대 완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산업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히 이번에 신규 지정한 국가산단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지정되는 신규 산단인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치열한 물밑 유치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첨단산업의 발전은 지역균형발전과도 직결된다”며 “이번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 역시 지역이 비교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최우선 과제를 중앙 정부에 제시한 데 따라 토지 이용 규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산단 지정에 전국이 다 들어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윤 대통령이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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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면면을 보면 대전 유성구는 KAIST와 대덕연구단지 등 인재와 연구 기반이 우수하지만 제조 역량이 취약한 만큼 나노·반도체와 우주항공 국가산단을 보유한 ‘과학 수도’로 낙점됐다.

충북 청주 오송은 이미 경부선·호남선 고속열차(ktx)가 만나는 철도 교통의 중심이자 기반 시설이 들어서 있는 점을 감안해 글로벌 철도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된다. 광주 광산구는 국내 유일의 완성차 생산 기지일 뿐만 아니라 이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이 위치해 있어 이와 연계한 AI 집적단지, 미래차 소재·부품·장비 클러스터로 안성맞춤이라는 설명이다. 전남 고흥 봉래면은 나로우주센터를 뒷받침할 민간발사장 등 기업 지원을 위한 혁신 인프라가 구축될 예정이다. 전북 익산 왕궁면은 K푸드를 전 세계에 수출할 연구개발(R&D) 기지로, 전북 완주 봉동읍은 새만금 등과 연결한 수소 인프라 산업 단지로 조성된다. 경남 창원 북면은 방산 원자력 융합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된다.
특히 기존의 창원 국가산단에 더해 전후방 지원 기업들이 넉넉히 입주할 수 있도록 그린벨트를 과감히 풀어 부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대구 달성군은 미래차와 로봇 산업의 첨단 기술 융·복합을 활성화하는 클러스터로 조성되고 경북 안동 풍산읍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바이오 기업과 연계한 백신 산업의 선도 도시로 육성한다. 경북 경주 문무대왕면과 경북 울진 죽변면은 각각 소형모듈원전과 원전 활용 수소에 특화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각 지자체장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홍 시장은 “대구 굴기의 핵심은 경제 성장이고 국가가 조성하는 대규모 산업단지는 첨단 대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의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홍남표 창원시장도 “창원의 미래 50년을 견인할 혁신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미래차·바이오·로봇 등 6대 첨단산업의 거점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지방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앞장서고 전후방 중견·중소기업이 뒤따르는 선순환 구조로 자연스레 첨단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2026년까지 반도체 등 6대 분야에 대한 550조 원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 중 약 61%인 340조 원은 반도체 분야에 투입된다. 이어 자동차(17%·95조 원), 디스플레이(11%·62조 원), 2차전지(7%·39조 원), 바이오(2%·13조) 순이다. 미래차 글로벌 3강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 전기차 생산 규모를 5배 확대하며 2027년까지 센서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 미래차 융합 인력 3만 명을 양성한다는 전략이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 집적에 따른 연쇄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순수 투자액으로 실제 투자 규모나 고용 유발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국가산단 외에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소부장 특화단지, 기회발전특구 등을 추가 지정할 수 있다며 비수도권 살리기를 위한 정책적 여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투자 유치에 그칠 게 아니라 대대적인 해외 기업 투자 유치로 이어져야 규제 완화 등의 명분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지역 특성화 국가산단 대거 지정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면서도 “수도권과 달리 해외 기업이 투자를 꺼릴 수 있는 만큼 인센티브 구조를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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