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대구공항을 경북 군위군으로 옮겨 건설하는 대구·경북(TK) 신공항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같이 이전하는 군 공항도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채택하되 부족한 돈은 국비까지 동원한다고 한다. 여야는 심지어 TK와 광주의 공항 사업을 ‘주고받기’ 하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TK신공항특별법과 광주군공항이전특별법을 함께 처리해 두 공항 모두 예타를 면제하고 국비를 지원하는 쪽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두 공항 건설 사입비만 족히 20조 원을 넘는다.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 지원 규모 300억 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예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특별법까지 제정해 국가재정법을 건너뛰고 공항 건설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내년 4월에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에 구애하겠다는 얄팍한 ‘꼼수’이자 정부 여당 간, 그리고 여야 간 ‘야합’인 셈이다. 더구나 여당의 주호영 원내대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두 TK 출신이고 김기현 대표는 울산 출신이어서 예타 면제 밀어붙이기 배경과 관련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안전’ 문제는 도외시하고 유치가 확정되지도 않은 부산 엑스포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 개항을 6년이나 앞당기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결국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전국 지방 공항은 14곳 중 10곳이 5년 연속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K 신공항을 예타도 거치지 않고 건설하겠다는 것은 매표를 위해 혈세를 쓰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현재 검토 중인 새만금·울릉·백령·서산·흑산 공항까지 예타를 면제해달라고 하면 무슨 논리로 반박할 것인가. 예타 면제는 국가 채무 관리를 위해 재정 준칙 도입이 필요하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과도 모순된다. 문재인 정부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예타를 면제하는 등 5년 동안 무려 120조 원 규모 사업의 예타를 면제했다가 비판을 받은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신공항 예타 면제가 아닌 지방 공항 구조 조정이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