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도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15일 자료를 통해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3민사부(재판장 우인성)가 지난달 15일 트랜스젠더 A씨에 대한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전환수술 강제가 개인의 존엄을 침해한다. 수술이 아닌 다른 요건에 의하여 그 사람의 성 정체성 판단이 가능하다면 그에 의하여 성 정체성을 판단하면 된다”며 “정신적 요소가 정체성 판단의 근본적 기준이며, 생물학적, 사회적 요소보다 우위에 두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감 측에 따르면 A씨는 태어날 때 ‘남성’으로 출생신고가 됐지만, 어렸을 때부터 여성으로서의 성 정체성이 확고해 만 17세인 2015년부터 꾸준히 호르몬요법을 이어왔다. 가족뿐만 아니라 학교와 직장에서도 사실상 여성으로 일상생활을 해 왔다. 다만 남성 성기를 제거하거나, 여성 성기를 만드는 수술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가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아 사회적 혼란과 혐오감 불편감 당혹감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외부 성기가 어떠한가는 성 정체성 판단을 위한 평가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 A씨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할 것을 허가했다.
2심은 성전환수술을 강제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생식능력 박탈 및 외부 성기의 변형을 강제하면 인간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기본적 욕구인 재생산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중략)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박탈하게 된다”며 “성전환자에 대한 신체 외관의 변화는 당사자의 성별 불쾌감을 해소하는 정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1심이 기각 결정 사유로 든 사회적 혼란, 혐오감 등에 대해선 “성전환자의 외부 성기가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전제하여 혼란, 혐오감 불편감, 당혹감 등이 사회에 초래된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실에 대한 편견 혹은 잘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며 “오히려 외양이 여성임에도 여권 등 공적 장부의 기재가 남성으로 되어 있는 경우(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 더 혼란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대리한 장서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이제 더 이상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법적 성별 정정을 위하여, 원하지 않는 수술을 강요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결정이 다른 법원에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