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구인난에 '정년 연장' 카드 꺼내든 공공병원, 실효성은 '글쎄'

국립중앙의료원, 의사직 '60→65세' 정년연장 인사규정 개정

타병원 확산될수도, 민간 대비 열악한 처우개선 필요성 대두

지방 인력난은 더 심각…정부, '공공임상교수제' 활성화 고민

국립중앙의료원 전경 사진. 사진 제공=국립중앙의료원국립중앙의료원 전경 사진. 사진 제공=국립중앙의료원




국가 중앙 공공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이 고질적인 의사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의사 구인대란이 심화되며 진료 차질과 환자 피해로 이어지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셈인데, 연봉을 비롯해 각종 처우가 민간병원에 비해 열악해 공공병원으로 젊은 의사를 끌어오기에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근무 의사들의 정년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연장한다'는 내용의 인사규정 일부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의사직 정년 연장 건을 상정하기로 의견을 모은지 약 3개월만에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실무협의를 거쳐 이사회 의결까지 완료된 것이다.



공공병원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재난 상황 등 보건의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최전선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기관이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과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의 의료 제공도 담당한다. 민간병원에 비해 수익성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급여, 복지 혜택 등 각종 처우가 민간병원 수준에 미치지 못해 의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민간병원은 물론 국립대병원 대부분의 의사 정년이 만 65세인 데 반해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의 경우 공무원 기준인 만 60세로 묶여있는 데 대해 개선 요구가 높았다. 나가는 인원 만큼 제때 충원이 되지 않으면 의사 수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2016년 국내 전체 의사(9만 7713명) 중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 비중은 11.2%(1만 961명)였지만 2021년 10.7%(10만 9937명 중 1만 1793명)로 하락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역시 지난해 8월 말 기준 결원율이 19%로 2021년(15.9%)보다 3.1%포인트나 늘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근무 여건을 높이지 않는 이상 우수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우수한 의사 인력은 정년이 60세인 공공병원보다는 65세인 민간 대형 병원을 선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기재부의 예산축소 결정으로 신축이전 사업 관련 규모가 대폭 축소하면서 전문의 이탈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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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이 물꼬를 트면서 전국 230여 개에 달하는 공공 의료기관들로 정년 연장이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지방의료원 35곳 중 24곳(69%)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의료원의 전문의 결원율은 무려 34.3%에 달했고, 공주의료원(30.6%), 군산의료원(30.4%), 남원의료원(29.7%) 등도 결원율이 30% 내외 수준이었다.

반면 정년 연장만으로 공공병원들의 의사 인력난을 해소하기란 역부족이란 회의론도 짙다. 정년 연장만으로 연봉 등 처우와 근무조건이 월등히 좋은 대형 민간병원으로 가려는 인력을 유인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시의료원장)은 “지방의료원의 경우 정년을 훌쩍 넘긴 70~80대 의사를 촉탁의(계약의사) 형태로 고용해 진료공백을 메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연봉 4억 원을 제시해도 지원자가 없어 골머리를 앓았던 속초의료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년연장이나 보수를 올려주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공공병원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는 현재 시범사업 중인 '공공임상교수제도'가 거론된다. 공공임상교수는 국립대병원 소속 정규의사로서 소속병원, 지방의료원 등 지역 공공의료기관을 전담해 필수의료와 수련교육 등을 담당하는 의사인력이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10개 국립대병원에서 150여 명 규모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참여율은 저조하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립대병원별 공공임상교수 지원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 기준 모집 인원 150명 중 지원자는 30명, 최종 선발자는 23명에 그치면서 충원율이 15.3%에 불과했다. 특히 경상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은 공공임상교수를 단 한명도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이라는 한시성이 제도 활성화를 가로 막는 요인이라고 보고,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현영 의원은 지난 8일 '국립대병원 설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힘을 보탰다. 국립대병원이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필수의료와 수련교육 등을 담당하는 공공임상교수요원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년 연장만으로 공공의료 분야 고질적 인력난을 해소하기 힘든 만큼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 일환으로 교육부와 함께 공공임상교수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제도화가 이뤄진다면 공공임상교수제의 한계로 지목되는 신분보장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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