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일정상회담이 열린 16일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은 앞으로 핵무기 발사 능력을 한층 빨리 고도화하고 전력화해 한미일 동맹을 균열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한일·한미일의 삼각 안보 협력이 강화될수록 북한은 한층 더 외교·안보·경제적으로 열세에 처하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려 만나는 것에서부터 견제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4월 윤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고강도 무력시위성 도발의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ICBM 도발은 한미가 전반기 연합연습인 ‘자유의방패(FS)’에 돌입해 연일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는 와중에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인 ‘확장 억제’ 체계에 굴하지 않고 전략적 도발을 할 수 있다는 협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그동안 13일부터 실시한 한미 연합훈련 자유의방패를 전후해 2~3일 간격으로 도발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이번 도발은 올 들어 8번째다. 특히 신년벽두 이후 2월 18일 화성-15형 고각 발사 후 26일 동안 무려 7차례 도발에 나섰다. 북한의 핵무력과 한미 동맹의 ‘확장 억제’ 안보 역량 간 치킨게임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단연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이번에 쏜 탄종이 ‘화성-17형’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군 당국이 꼭 집어 화성-17형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으나 비행 궤적 등을 보면 “유사하다”는 것이다. 화성-17형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력 가운데 가장 강력하면서도 안정적 발사가 가능해 실전 배치를 했거나 앞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북한이 한일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의도적으로 최상의 핵무력을 과시했다는 의미가 된다. 화성-17형은 북한이 2020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첫 공개한 후 지난해 7차례(북측 주장은 8번)나 발사했다. 이 중 두 차례는 비행 도중 추락, 실패한 것으로 판정 났으나 지난해 마지막 발사였던 11월에는 마하 22(음속의 22배)의 속도로 1000㎞를 날아갔으며 비행고도는 6100㎞에 이르렀다. 이는 이번에 쏜 ICBM의 제원과 흡사하다. 만약 북한이 발사 각도를 정상 수준(30~45도)으로 쐈다면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이다.
다만 은밀하고 신속한 발사가 가능한 고체 연료 탑재 ICBM일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은 앞서 2월 군 창건 열병식에서 기존 ‘화성-17형’보다 길이를 줄인 신형을 공개한 바 있다. 이동식 발사대(TEL)도 11축(바퀴 22개)에서 9축(바퀴 18개)으로 줄여 고체 연료 탑재형을 개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 연합훈련과 한일정상회담 개최에 맞춰 의도적으로 쐈는데 불안정한 고체 연료로 쏘기보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안정성 있는 기존의 액체 연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도 “고체 연료 탑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군은 “기존 화성-17형과는 일부 다른 제원을 보여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혀 신형 화성-17형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고강도 도발 행태는 되레 한일 안보 협력 강화로 한미일 3각 안보 체계를 강화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북한의 무력 시위는 한일 및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 노력에 오히려 힘을 보내줘 북한에는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북한이 한일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정치 일정과 국제적 지형을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도발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점이다.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4월 25일 항일 빨치산 창건 91주년 등이 있는 데다 5월 중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이 초청될 가능성이 높아 북한의 핵무력을 앞세운 도발은 상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북한이 ‘전례 없이 강력하고 압도적 대응’을 수차례 반복하는 것에 비춰 앞으로 정찰위성 발사와 ICBM의 고각 발사는 물론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권구찬 선임기자 박예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