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주요 책임자인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첫 공판기일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서장 등 경찰관 5명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다.
이 전 서장 측은 이날 공판기일에서 서면으로 “도의적 행정적 준비적인 책임을 떠나서 형사적 책임까지 져야하는 것에 대해 법리적으로 문제제기한다”며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받고 있다. 핼러윈 축제 기간 동안 경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를 받고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이태원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지휘를 소홀히 했다는 내용이다.
또 참사 당일 오후 11시 5분께서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으나 이로부터 48분 전인 오후 10시 17분께 도착했다는 허위 내용의 경찰 상황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받는 박희영 전 용산구청장도 이날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박 구청장은 이날 오전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았으나 서면을 통해 “인과관계, 관련성,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제시되지 않았고 예견 가능성이나 회피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허위로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보도자료가 나간다는 것만 알았지 내용 자체를 알지 못했고 자료 명의자도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이날 용산서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 방청석에 앉아있던 이태원참사 피해자 유족은 “유족들이 원하는 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사과다. 재판에서 진실을 말씀해달라. 신고에 대한 내용 인지를 못했다는데 어떻게 해야 인지를 했다는 겁니까”라고 지적했다.
이태원참사로 숨진 배우 고(故)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는 “길에서 그냥 서서 압사 당하고 숨을 못 쉬어 죽었다. 용서할 수 없는 살인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이 어떻게 죄가 있다고 말하겠나. 판사님의 깊은 사료와 판단이 이 사건에 가장 넓게 작용되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