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열어 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 분야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상향 조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이다. 여야는 또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되는 국가 전략 기술의 범위를 기존 반도체·2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 등 4개 분야에서 미래형 이동 수단과 수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시행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빠지자 ‘재벌 특혜’라며 이 법안에 제동을 걸어온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정면 대립해온 여야가 경제 살리기 입법에 모처럼 합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야는 조특법 합의 처리를 계기로 경제 살리기를 위한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국가 대항전’처럼 전개되는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우리 전략산업이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세제·예산 등의 전방위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17%에 묶여 있는 법인세 최저한세의 족쇄를 풀어야 할 것이다. 최저한세로 세액공제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조특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삼성전자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9%에서 11.1%로 하락하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17%의 최저한세 적용으로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지난해 1%포인트 ‘찔끔’ 인하에 그친 법인세 최고 세율도 추가로 내려 외국 기업의 한국 유치를 촉진하고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기업들의 유턴을 유도해야 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법인세 최고 세율 평균은 21.6%이지만 한국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24%에 달한다. 또 30인 미만 사업장에 8시간 추가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 전략산업에서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해 ‘민관 원팀’을 구성해 속도전을 펴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전략산업 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 혁파를 위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