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 유권자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하고 지방 소멸 위기와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19일 서울경제와 만난 남인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 같은 방향의 비례대표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달 말부터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논의될 선거제 개편 방안의 핵심은 비례대표제도다. 남 위원장은 “군소 정당의 의석 확보를 돕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살리려면 정당별 지역구 의석수와 득표율에 연동해 배분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현재의 30석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단순히 비례대표 수만 늘리는 게 아니라 지방 소멸 위기, 지역주의에 대응하고 유권자 참여 방식 개선 방안을 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도입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지역구 253석을 제외한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을 정당별 지역구 의석수와 득표율에 연동해 배분하고 나머지 17석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 17석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 창당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는 거대 양당의 의석 독식이 더 심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는 “지역구 의석수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것에는 국민들의 거부감이 있다”면서 대안으로 ‘개방형 명부제도’가 논의되고 있음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행 폐쇄형 명부제도는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할 때 후보를 선택할 수 없지만 개방형은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면서 후보도 직접 선택할 수 있어 더 투명하고 민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방형 명부제도에서는 여성·청년·장애인 등에 대한 배려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문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위원장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에 대해 “각 정당이 권역별로 얻은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을 결정하되 비수도권에 가중치를 적용해 의석수를 더 많이 배분하는 권역별 지역균형비례투표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는 영호남처럼 지역주의가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출마를 허용하는 중복입후보제를 제시했다.
남 위원장은 “그동안 논의를 통해 현역 의원들의 반발, 국민 불신 해소 등 많은 쟁점들에 대한 정리가 이뤄졌다”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견을 더욱 좁혀 나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정개특위는 17일 열린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전원위에 올릴 세 가지 선거제도 개편안을 담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세 가지 안은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 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등이다.
첫 번째 안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비례대표 선출을 병립형으로 하는 안이다. 그 대신 과거처럼 ‘전국구’가 아닌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뽑는다. 두 번째 안 역시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비례대표는 권역별·준연동형 배분 방식을 도입하는 안이다. 두 안건 모두 지역구 의석은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지금보다 50석 늘려 의원 정수를 350석(지역구 253석+비례 97석)으로 증원한다.
세 번째 안은 의원 정수는 현행을 유지하지만 대도시는 지역구마다 3~10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농어촌 등 인구 희박 지역은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각각 적용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석이 줄어드는 만큼 비례 의석이 늘어난다.
관건은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얼마나 극복할지 여부다. 정개특위가 1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7%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했다. 여기에 선거제도를 둘러싼 여야 간 다양한 이해관계도 풀어야 한다. 정개특위는 이번 주 중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결의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3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전원위를 구성한 뒤 27일부터 2주간 5~7차례의 토론을 거쳐 단일안을 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