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경기침체에 R&D 주춤…상표 등 '알박기'식 다툼만 쏟아져

[식품·유통 불문 상표권 분쟁]

특허실용실안 4년새 110건 줄어

외형 바꾼 상표특허는 2배 늘어

"장기성장 위한 IT혁신 등 집중을"


최근 유통업계 전반의 상표권 분쟁 심화는 ‘제품·서비스 차별화 전략’의 한계를 드러내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경영이나 품질 혁신을 위한 투자보다 상표·디자인 마케팅에 과도하게 열을 내면서 ‘알박기’ 식 다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29일 특허청 특허정보서비스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특허실용실안은 2018년 136건에서 지난해 26건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농심과 대상 역시 각각 10건에서 1건으로, 24건에서 6건으로 크게 줄었다.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적재산권에는 특허 외에도 실용실안, 상표, 디자인이 포함된다. 이중 특허는 고도의 기술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뜻하고 실용실안은 특허보다는 창의성이 떨어지지만,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고안한 기술에 대한 권리를 뜻한다. 특허실용실안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신제품 개발이나 경영 효율화를 위한 생산 방식에 대한 투자가 적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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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체들의 특허실용실안이 감소한 것과 달리 이들의 상표 특허 관련 투자는 늘었다. CJ제일제당의 상표 특허는 2018년 288건에서 303건으로 증가했다. 농심 역시 같은 기간 30건에서 72건으로 2배 이상 늘었고, 대상도 46건에서 62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제품 자체의 혁신적인 변화보다는 겉에 붙는 이름과 상표가 바뀐 사례가 많은 것이다.

유통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롯데·이마트·홈플러스 대형 유통 3사의 상표 특허는 2018년 500건에서 지난해 523건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3사의 특허실용실안은 5년간 10건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사이 매출 26조 원의 유통 공룡으로 성장한 쿠팡은 2018년 2건에서 2021년 333건, 2022년 163건으로 특허실용실안을 계속해서 늘려왔다. 상품 정보와 리뷰를 제공하는 방법, 키워드 광고를 관리하는 방법 등이 해당한다.

업계는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과감한 R&D 투자가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길’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국내 유통산업은 최근 기술적 혁신과 비대면 소비의 확산으로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등을 활용한 IT 혁신을 통해 유통 효율과 소비자 가치를 높이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 글로벌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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