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005940)이 신성장 사업을 펀드수탁업으로 낙점하고 집중 육성한다. 업계 전통의 강자인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두 부문과 시너지효과를 창출해 올 해 3조원 이상의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14조 7410억 원, 6821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매출은 3조원 이상, 영업이익은 30.8% 증가한 수치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금융 시장의 파열음 속에서도 NH투자증권은 올해 다방면에서 신사업을 일궈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낸다는 목표다.
NH투자증권은 급속히 변하는 시장 대응을 위해 신성장 사업인 펀드 수탁에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진출했다. 현재 25개 수탁 펀드를 출시해 약 5000억 원 규모의 수탁고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공모 펀드와 외화 수탁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펀드 수탁은 증권사나 은행 등이 고객에게 판매한 펀드 자산을 위임해 관리하는 업무다. 펀드 수탁사들은 자산운용사의 지시를 받아 자산을 취득·처분하고 기준가 검증·운용의 감시 역할도 맡는다.
기존 수탁업은 고도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전문 인력의 필요성, 막대한 투자 비용 때문에 은행 중심의 대형 금융사가 과점했다. NH투자증권은 이 시장에 기존 프라임 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목표로 도전장을 냈다. NH투자증권은 PBS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 1위 사업자다. 한국형 헤지펀드 PBS 계약액만 10조 원이 넘는다.
NH투자증권은 수탁 시장 진출로 WM과 IB 사업부를 아우르는 연계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WM사업부에서 판매하는 일반사모펀드와 IB사업부 물량을 편입하는 펀드에 대해서도 수탁 계약을 적극적으로 수임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기존 수탁은행과 달리 보관 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스마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단순 보관자가 아닌 PBS 기반의 특화 수탁사로도 거듭난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이 신성장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정영채 사장의 고객 중심 경영도 있다. 정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자본시장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고객’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세상이 빨리 변함에 따라 고객에 대한 전문성과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을 최신의 것으로 유지해야 고객의 ‘가려진 수요’를 제대로 살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펀드 수탁업은 고객의 가려진 수요를 충족해주는 작업의 일환이다.
정 사장의 고객 중심 가치는 각 사업 부문에서 구현되고 있다. WM사업부는 고객 수요를 반영한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증권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시장 지수를 기반으로 나만의 지수를 만들어 투자하는 ‘개인별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NH 다이렉트인덱싱 서비스는 코스피·코스닥과 같은 시장대표지수나 NH투자증권에서 자체 개발한 테마별 아이셀렉트(iSelect) 지수를 선택하면서 시작한다.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것도 가능하고 지수 내 종목 비중을 조절해 ‘나만의 지수’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IB사업부는 2022년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부문별 고른 수익을 시현하며 경쟁사 대비 우수한 실적을 거두고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부동산·대체투자 부문에서는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딜(거래)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4612억 원의 순영업수익을 올렸다.
인수금융 부문은 에이치라인해운, 메디트, SK에코프라임, 남양유업 등 총 14건의 딜을 수행해 2조 2816억 원 주선 실적을 기록했다. 채권발행시장(DCM) 부문에서는 여전채 대표 주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을 이끌었다. 주식발행시장(ECM) 부문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2조 7000억 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구조화·부동산·인프라금융 부문은 수표지구 오피스 개발사업, 미국 워싱턴 DC 검찰청사 매입 펀드 수익증권 인수 등 국내외 딜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업계 최고 하우스 중 하나임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