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학들이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학가도 챗GPT 활용 방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챗GPT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판단에 배제보다는 악용 가능성을 막을 방법에 주목하고 있는 모양새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는 지난 16일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기본 활용 방향을 정하고 이를 수업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 골자는 학습자의 생성형 AI 활용 권리 보장이다.
고려대는 표절, 부정행위, AI 의존에 따른 비판적 사고 약화, 부정확하고 편향된 정보습득 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AI 윤리교육 및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경험적 데이터 수집(인터뷰, 설문조사)과 동료 및 교수자 피드백 반영 등을 통해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국민대는 지난달 28일 국내 대학 최초로 ‘챗GPT를 비롯한 AI 활용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윤리강령에는 △인공지능 기본 원리 및 최신 동향 파악하기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기 △정보를 선별하고 진실을 확인하는 것에 책임감 갖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혁신적인 학습 방법 찾기 △인공지능의 사용 여부는 교수와 학생이 상호 합의하기 △인공지능의 활용 여부를 과제 제출 시 명확히 밝히기 등 10가지 항목이 포함됐다. 이화여대도 무단 복제나 표절 등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윤리 지침을 마련했다.
이미 챗GPT를 받아들인 대학들도 있다. 서울사이버대학은 1학기 교양과목 ‘메타버스 현황과 미래’에서 챗GPT 사용 필수라고 명시했다. 수강생들은 과제를 제출할 때 챗GPT가 작성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만든 고려대도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문화’ 강의에서 챗GPT를 워크북(지도서)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희대 역시 빅데이터 응용학과에서 학생들의 AI 활용 능력 증진을 목적으로 이번 학기 수업에서 ‘오픈 챗GPT 시험’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도 챗GPT를 접목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는 중이다.
AI 활용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미국 프린스턴대는 강의계획서에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지 지침을 안내하고,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도록 비판적인 생각과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내용의 과제물을 부여한다. 미국 예일대 역시 챗GPT 사용을 아예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면서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학생들에게 알리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생성형AI 시대 학교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챗GPT의 출현을 '계산기의 출현'과 비교하며 학생들에게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생성AI에 대한 의존성은 줄이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하려면 자신의 생각과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글쓰기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