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번 주 국내 증시의 이정표를 제시할 전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 시스템의 불안이 높아지자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긴축 부작용이 다른 금융 시스템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직전 주 종가 대비 0.97% 하락한 2395.6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1.46% 하락한 797.39에 장 마감했다. 14일에는 SVB 파산 사태의 여파로 위기감이 커지자 코스피가 2.56%, 코스닥이 3.91%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거래일인 15일 대부분의 낙폭을 회복하면서 진정세를 되찾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7042억 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149억 원, 7043억 원을 팔아치웠다. 코스닥에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기관은 4019억 원을 팔았지만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3094억 원, 1288억 원을 사들였다.
당분간 은행권 위기 우려가 진정될 수 있을지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장의 눈은 FOMC를 향하고 있다. 3월 FOMC의 결과는 22일(현지시간) 발표되는데,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 동결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SVB가 파산한 배경에는 연준의 긴축이 있기 때문이다. SVB는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하자 보유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손실이 났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끝내 파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0.25%포인트 인상 확률을 60%로 보고 있다. 반면 금리 동결 확률은 40%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의 긴축 정책이 은행권 연쇄 사태로 추진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융시장의 불안에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연준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는 25bp(1bp=0.01%) 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통화정책 전환을 기대했던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높은 코스피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부담과 달러 대비 원화의 상대적 약세 영향에 외국인이 순매도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 연준의 결정 이후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고 외국인투자가들의 태도를 보고 대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주간 예상 밴드로 2300~2450포인트를 제시했다. 상승 요인으로는 FOMC에서의 비둘기파적 발언 기대와 중국의 리오프닝 및 경기부양 기대감을, 하락 요인으로는 은행 위기의 확대 가능성을 꼽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중 ‘부실이 어디서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관망심리가 강한 가운데 뉴스플로우에 따라 등락을 반복할 공산이 크고 FOMC 이후에는 그 내용에 따라 시장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투자전략으로 철강, 비철금속, 화장품, 의류, 신재생 업종에 관심을 둘 것을 조언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주식시장 조정이 발생한다면 향후 중국 경기개선에 따라 재차 진행될 달러 약세 전환을 염두에 두고 저가 매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업종 차원에서는 중국경기 개선 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