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학·병원 등 공공시설의 용적률과 높이 규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완화된다.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인재를 양성하는 용도의 건물은 용적률이 지금보다 1.2배까지 늘어난다. 민간운영이나 공공성이 강한 시설의 경우 규제혁신을 통해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를 거쳐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말 발표한 대학·병원시설 도시계획 지원방안의 후속 조치다.
시는 우선 대학이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창업이나 연구, 산학협력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용적률 제한이 없는 ‘혁신성장구역(시설)’을 도입한다. 혁신성장구역이 도입되면 대학 전체의 용적률은 현재의 최대 1.2배로 확대된다. 다만 완화 받은 용적률은 혁신성장구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 구역에는 반도체 등 첨단학과 관련 시설, 산학 연계 시설, 창업 지원시설, 평생교육시설 등이 우선 배치된다. 현재 중앙대, 홍익대, 고려대, 서울시립대 등이 바뀐 제도를 적용한 시설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자연경관지구 내 도시계획시설의 높이 규제 조항도 없어진다. 그동안 자연경관지구 내 도시계획시설은 3층(12m) 이하를 원칙으로 일부 시설은 최고 7층(28m) 이하까지 완화 받을 수 있었다. 조례개정을 통해 주변에 영향이 없는 경우엔 7층(28m) 이상 건축도 가능해진다. 자연경관지구 내에 있는 고려대와 서울시립대는 개정 조례 시행 즉시 각각 '정운오IT교양관'을 3개층 더 늘리고 스마트 강의동 건립을 계획할 예정이다.
자연경관지구 내 시설의 건폐율도 완화된다. 그동안 자연경관지구의 건폐율은 30%로 제한돼 수평증축이 어려웠다. 이에 시는 주변 경관에 영향이 없는 경우 효율적 부지 활용이 가능하도록 도시계획시설 관리 방안을 개선했다. 삼육서울병원이 첫 번째 적용 사례로 부지 확장 없이 신관동을 증축해 최대 200병상 이상을 확보하고 중환자실(30병상)과 치매지원센터 등도 증축할 예정이다.
종합병원의 용적률을 1.2배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는 지난해 7월 개정돼 시행 중이다. 이대목동병원, 양지병원, 녹색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이 사전 컨설팅을 준비 중이며 시는 병원과 실무 협의를 거쳐 사전 컨설팅을 할 계획이다. 완화 받은 용적률의 절반 이상은 감염병 관리시설, 산모·어린이, 장애인 의료시설 등 공공필요 의료시설로 채워야 한다.
한편 용적률 완화 조건인 ‘공공필요 의료시설’의 세부 기준은 올해 상반기 내 마련된다. 시는 음압격리병상 뿐만 아니라 중환자실 등 지역별로 공급이 부족한 필수의료시설이 우선적으로 확충되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도시계획시설의 규제 혁신을 통해 가용지가 부족한 도심지 내 공공시설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지역 필요 시설이 확충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도시경쟁력 향상과도 직결되는 도시계획 혁신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