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의석 수를 현행보다 최대 50석 늘리는 선거제 개편안 논의에 대해 여당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이에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해 27일 시작될 전원위원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제기됐으나 일단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된 일정 진행을 위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견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정개특위는 앞서 17일 소위원회에서 비례대표 의석 증원을 통해 전체 의석 수를 현행 300석에서 350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3가지 방안의 결의안을 마련했고 22일 전체회의에서 의결을 앞두고 있다. 결의안을 바탕으로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해 논의하는 전원위가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구성돼 27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20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개특위 결의안에 포함된 국회의원 증원에 대한 반대 의견을 잇달아 내놓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 당 정개특위 위원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22일 전체회의 전 우리 당 의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안을 만들겠다"며 “만약 우리 당의 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전원위 개최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원위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정개특위의 결의안에 당 의총에서 제기된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결의안의 첫번째, 두번째는 의원을 50명 늘리는 것을 전제로 하는 안이었는데 마치 우리 당이 동의하는 것처럼 알려져서 많은 항의와 혼란이 있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기현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안 논의의 근본 취지는 민주당이 앞장서 비틀어놓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국적 불명, 정체불명의 제도를 정상 제도로 바꿔놓자는 것에 있다”며 “그 틈을 이용해 느닷없이 의원 수를 증원하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우리 당은 어떤 경우에도 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러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입장을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장 자문 기구에 여러 의견들을 일단 올려놓되 거기에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토론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인데 아예 그 자체를 사전에 그냥 봉쇄하려고 하는 것은 현재의 소위 대일 굴욕 외교를 하고 나서 국민들께 엄청난 지탄과 비난을 받고 있으니까 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 정개특위 위원들은 “23일 전체회의 전에 국민의힘과 의견을 주고받아서 전원위원회가 27일부터 열리는 애초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함께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주 국민의힘이 선거제 개편 방안에 의견을 모으지 못했음에도 일단 전원위 참석을 결정했다가 전날 고위당정회의 후인 이날 지도부가 의원 정수 확대 반대에 나선 배경에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국회 정개특위 소위에서 마련한 결의안에 포함된 방안은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 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의 세 가지다. 이 중 소선거구제를 포함한 두 가지 안은 의원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350석으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수를 늘린 만큼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세번째는 의원 정수를 그대로 두고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방안이다. 국회 정개특위는 선거제 개편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내달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1차 공론조사 후 그 중 500명을 선정해 숙의 토론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