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CS채권 22조 '휴지조각'…금융시장 새 뇌관

UBS, 4조 베팅 CS 품었지만

스위스, 코코본드가치 제로로

"先 주식 後 채권 손실 지킬것"

ECB, 위기확산에 긴급 진화

美선 은행 186곳 뱅크런 우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지점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지점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67년 역사의 크레디트스위스(CS)가 같은 스위스 은행인 UBS에 인수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 고비를 넘겼지만 다른 뇌관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다. 당장 이번 인수로 유럽 채권시장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미국 내 약 200개 은행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식의 붕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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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 시간) 스위스 당국은 UBS가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 2300억 원)에 C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17일 기준 CS 시가총액(74억 스위스프랑)의 절반이 안 되는 금액이다. 인수 지원을 위해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최대 10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문제는 스위스 정부가 이번 인수 과정에서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CS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AT1) 가치를 ‘제로’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코코본드’로 불리는 이 채권은 은행 위기 시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보유자에게 손실을 입히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은행이 정상적일 때는 투자자에게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지만 은행이 흔들리면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본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스위스 2대 은행 CS의 AT1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2750억 달러에 달하는 유럽 AT1 시장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인수에서 CS 주주들은 30억 스위스프랑어치의 UBS 주식을 받기로 했다. 통상 회사가 무너질 때 주주, 채권 보유자 순으로 손실을 입는데 이번에는 관례를 깼다. 주주보다 먼저 손실을 볼 것을 우려한 AT1 보유자들이 채권을 대량 투매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로 20일 독일 도이체방크 주가가 6% 이상 급락 출발하는 등 유로스톡스 은행지수가 3% 이상 내렸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공동성명을 내고 “주식이 손실을 흡수한 후 AT1을 상각하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미국 지방은행의 위기도 현재진행형이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SRN) 경제학자들은 “만약 예금자의 절반만 예금을 빠르게 인출해도 186개 은행이 도산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들 은행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져 뱅크런에 취약한 상황이라는 우려다.

다른 유럽 은행도 불안하다. 로이터는 “최소 2개의 유럽 주요 은행이 위기 전염 시나리오를 점검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ECB의 강력한 지원 신호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무 상태가 양호하지만 '신뢰의 위기'가 덮칠 경우 앞날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안전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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