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일주일 동안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약 36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SVB 사태로 인해 증시가 급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3~17일(현지 시간) 서학개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 S&P500지수에 투자하는 ‘뱅가드 S&P 500 ETF(VOO)(1억 2755만 달러)’였다. 2~5위 역시 ‘인베스코 나스닥 100(IVZ)(8433만 달러)’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2644만 달러)’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시리즈1(QQQ)(1950만 달러)’ ‘아이셰어즈 코어 S&P 500(IVV)(1474만 달러)’ 등 ETF가 차지했다. 2~4위는 나스닥100지수를, 5위는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1~5위 종목의 총 결제액은 2억 7257만 달러(약 3576억 원)에 달한다.
국내 상장된 미국 대표지수 ETF에도 같은 기간 동안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KODEX미국나스닥100선물(H)에는 422억 원이, TIGER미국S&P500선물(H)에는 338억 원이 순유입돼 전체 ETF 중 각각 6·7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SVB 사태 이후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봤다. 실제 해당 상품들의 결제는 대부분 15~16일에 몰렸다. 가장 규모가 큰 VOO의 경우 총 순매수액 1억 2755만 달러 중 1억 2491만 달러가 16일에 결제됐다. 같은 날 IVZ에 대해서도 8412만 달러어치가 결제돼 총 순매수액(8433만 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최근에 SVB 파산 사태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수가 하락하자 개인들이 저가 매수 차원에서 들어온 것”이라며 “지난해처럼 테슬라·애플 등 개별 종목을 매수하기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유효한 투자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S&P500과 나스닥100 등에 포함된 우량주 위주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주기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며 “안정적이고 우량한 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