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개발에 쓰일 수 있는 감시대상품목(워치리스트) 77개를 발표해 국내외의 주의를 환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개발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에 기여한 개인 4명과 기관 6곳을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인공위성 분야 워치리스트 발표…北 ‘군사 정찰위성 개발’ 겨냥=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제사회 최초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 대응에 특화된 ‘인공위성 분야 북한 맞춤형 감시대상품목’ 목록을 발표했다. 이 단장은 “(77개 품목이) 제3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국내외의 경각심을 높이고 업계에 ‘이런 위험성이 있구나’ 인식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목록 발표는 대북 수출통제 조치의 일환이다. 정부는 북한이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핵심과제로 군사 정찰위성 개발을 제시하고 올해 4월 내 준비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이후 감시대상품목 발표를 준비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경우 안보리 결의상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돼있다. 인공위성 발사도 당연히 포함된다”며 “북한이 발표한 군사 정찰위성은 우리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 요소”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감시대상품목은 △초점면어셈블리 등 광학탑재체 구성품목 △별추적기·저정밀태양센서·자기토커 등 자세제어를 위한 장비 △태양전지판 △안테나 △위성항법장치(GPS) 등 인공위성 체계 전반을 포괄하는 총 77개 품목으로 구성됐다. 감시대상품목에 담긴 물품은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 의무이행을 위한 무역에 관한 특별 고시’에 따라 제3국을 우회한 북한으로의 수출이 금지된다.
외교부는 이번 발표에 대해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주요 품목들의 대북 유입 방지 필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함으로써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을 제약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이번 목록을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상 대북 수출통제와 금수조치 목록을 더욱 구체화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 수준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이날 북한 전현직 관리 등 개인 4명과 북한 핵심 권력기구 등 기관 6곳을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섯 번째 대북독자 제재다. 이로써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개인 35명과 기관 41개를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게 됐다.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 4명은 △북한 전현직 고위관리(리영길 당 군정비서·김수길 전 총정치국장)로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했거나 △북한 정보통신기술(IT) 인력을 통한 외화벌이(정성화) △불법 금융활동(싱가포르 기업인 탄 위 벵) 등을 통한 제재 회피에 기여했다.
제재대상으로 지정되는 기관 6곳은 △북한 핵심 권력기구(중앙검찰소) △북한 노동자 송출·관리(베이징숙박소·철산무역·‘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 △불법 금융활동(싱가포르 법인 위 티옹 유한회사·WT 마린 유한회사)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 및 대북제재 회피에 관여했다.
이들 개인과 기관에 대해서는 미국도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외교부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은 한미의 억지력 강화와 국제사회의 제재망이 더욱 촘촘해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지난달 10일 우리 정부의 사이버 분야 첫 제재 조치에 이어 감시·정찰 분야로도 대북 독자제재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는 ‘외국환거래법’ 및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 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대상과 외환거래 또는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각각 한국은행 총재 또는 금융위원회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안보리, 北 ICBM 발사에도 무력…중러 “美 이중잣대”=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개회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미일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가들은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변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협정을 거론하며 반발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적대 정책과 안보리 기능 위협, 유엔 자체에 대한 뻔뻔한 조롱은 중단돼야 한다”며 “안보리는 북한의 계속되는 국제 의무 위반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정권 보호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에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미국과 그 동맹들이 전례없는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벌인 것이 북한에 불안함을 갖게 한 것”이라면서 오커스의 핵잠수함 협력을 언급하고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대북 제재 강화 시도는 도움이 안 된다”며 오커스 협정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