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상암 소각장 ‘100% 지하화’ 구상 바뀌나…오세훈 "50%나 80% 할 수도"

오세훈,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 방문

주민 대화 통해 지하화 정도 조정 시사

마포 주민 반발 커 현실화될지 미지수

ARC CEO "환경적 건설로 갈등 줄여"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에서 현지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에서 현지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들어설 신규 광역 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의 완전 지하화 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애초 소각시설을 100% 지하에 짓고 그 위에 복합문화타운을 짓기로 했지만 주민 뜻에 따라 시설 디자인을 살리거나 창의적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일부는 지상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 시장은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를 방문한 뒤 ‘상암 자원회수시설을 지상화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100% 지하화도 할 수 있고 80% 지하화도 할 수 있다”며 “그걸(일부 지상화 방안을) 융통성 있게 열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현재 상암동에 있는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2만1000㎡)를 신규 자원회수시설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2026년까지 기존 시설 옆에 100% 지하화된 새 시설을 짓고, 기존 시설은 2035년까지 철거하기로 했다. 시 결정에 마포구는 물론 인근 고양시 주민들까지 거세게 반발하며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시가 설명회, 공청회를 열며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실제 일부 지상화에 진전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 상암동 신규 광역 자원회수시설 부지. 사진제공=서울시서울 상암동 신규 광역 자원회수시설 부지. 사진제공=서울시



오 시장이 시설 지상화 가능성을 거론한 이유는 현지 주민들이 아마게르 바케 문화시설을 즐기는 모습에 큰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 손잡고 올라가는 아빠를 보셨나. 굉장한 시사점이 있는 광경”이라며 “공간상 위해가 있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거기를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 지하화가 해법인지 (마포) 주민들과 대화를 하면 진전된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라며 “여전히 지하화를 원하면 그렇게 하겠지만 혹시라도 창의적인 용도, 외관, 펀(fun) 디자인이 나왔을 때 주민들이 그게 낫겠다고 하면 (시설이)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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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새 시설을 지은 뒤에도 기존 시설을 9년동안 운영한다는 주민 비판에 “주민들이 걱정도 많으시고 병존하는 기간을 되도록 줄여달라고 요청한 걸 잘 알고 있다”며 “장담할 수 없지만 가능하다면 (병존 기간을) 몇 년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보겠다”고 답했다. 일일 처리량 1000톤 규모의 새 시설을 지은 뒤에도 기존 시설(750톤 규모)과 병행하기로 한 서울시 결정에 주민들은 상암에 폐기물이 몰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오세훈(앞줄 왼쪽) 서울시장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오세훈(앞줄 왼쪽) 서울시장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오 시장은 이날 2017년 완공된(스키장 등 문화시설은 2019년 개장) 아마게르 바케를 방문해 폐기물 처리 과정과 외관을 직접 살펴봤다. 5억3500만 유로(7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연면적 4만1000㎡, 10층 높이(전망대 85m·굴뚝 125m)로 지어졌다. 코펜하겐을 포함한 5개 시의 폐기물을 하루 1200톤씩 처리하고, 연간 40만톤의 폐기물을 소각해 15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열·전기를 생산한다. 굴뚝에서 나오는 거대 흰색 연기는 수증기다.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의 오염질은 유럽연합(EU) 권고 기준보다 훨씬 낮게 배출된다. 건물 설계를 맡았던 비아케 잉겔스 건축가는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는 공기보다 더 맑은 성분”이라며 “직접 맞아도 될 만큼 깨끗한 성분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덴마크의 지형 특성을 고려해 아마게르 바케 지붕에는 인공 언덕과 사계절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조성됐다. 일반인들은 매일 무료로 엘리베이터나 계단으로 전망대에 오를 수 있고, 엘리베이터 유리를 통해 폐기물 처리 과정도 직접 볼 수 있다. 북쪽 벽에는 높이 85m, 너비 10m 규모의 인공 암벽장이 있어 클라이밍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마게르 바케는 ‘코펜힐(Copen Hill)’로 불린다. 소각 굴뚝과 문화시설이 공존하는 특이한 외관이 호평을 받으며 2021년 세계건축축제(WAF)가 선정한 올해의 세계 건축물에 선정됐다.

아마게르 바케 전경. 사진제공=서울시아마게르 바케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아마게르 바케에서 2㎞ 떨어진 곳에 덴마크 여왕 궁이, 200m 거리에는 458가구(326가구는 공공임대 주택)의 주거지가 있지만 주민 갈등은 크지 않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출입구에 음압 시설을 설치해 악취가 외부로 새나가지 않는 노력도 기울인다. 아마게르 바케 운영사 ARC(Amager Resource Center)의 제이콥 시몬슨 최고경영자(CEO)는 “아마게르 바케가 생기기 전에 열병합 발전소가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 입장에서 큰 반대는 없었다”며 “그때만 해도 악취가 났기 때문에 발전소를 이렇게 새로 환경적으로 지어서 주민들도 좀 더 가까이 살게 되는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코펜하겐=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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