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헌신해 영화를 만들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제 영화로 인생을 말하기에 이르렀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그 정점은 그것을 해보는 것'이라는 말처럼 영화인으로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목표에 다다른 그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인생 영화'로 다시 태어나 담백하면서도 뭉클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파벨만스'(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유년 시절을 다룬 영화로 영화와 사랑에 빠진 소년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저 영화를 사랑하는 한 소년이었을 시절의 모습을 조명한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적 엄마 아빠의 권유로 영화관을 가고 나서 영화에 대한 흥미를 키운 그가 카메라와 함께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비춘다.
작품은 초반부터 이성파인 아빠 버트(폴 다노), 감정파인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 사이에서 자라는 새미(가브리엘 라벨)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영화가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아빠에 반해 '영화는 잊히지 않는 꿈'이라고 설명하는 엄마의 모습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며 그가 어떠한 환경에서 자랐는지, 그가 감독으로 성장하기에 있어서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 보여준다.
너무나도 다른 부모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결혼은 파경을 맞이한다. 계기는 순간의 외도였을지 모르나 이내 새미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에 대해 파악하기 시작한다. 외도의 증거를 포착한 카메라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혼란스러움을 마주하며 제자리를 찾아간다.
작품 속에는 새미가 방황하는 과정 속에서도 영화에 대한 사랑을 놓치지 않는 신들이 등장한다. 그 과정에서 당시 쓰던 영화 촬영 기법과 촬영에 쓰인 장비들에 대한 세세한 기억들이 나열되는데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가 어떻게 첫 서부극을 찍었는지, 어떻게 어린 여동생들을 작품에 출연시켜 촬영했는지, 친구들에게 어떤 연기 디렉팅을 했는지 등 그의 유년 시절에서 드러나는 풋풋한 시도들은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엄마 미소를 유발한다.
더불어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러한 신들을 유려하게 나열한다. 초보 감독들이 청춘 영화를 만들며 하는 실수로 기억을 나열하는 순서나 추억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서툰 지점들을 보일 때가 있는데 역시 거장의 유려함은 수준이 다르다. 스크린 속에 흩뿌려진 그의 기억은 너무나도 매끈하고 아름답게 흘러가며,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들 또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아름다운 유년 시절 속에서 뛰어놀게 만든다. 말 그대로 영화의, 영화에 의한, 영화를 위한 작품으로 감히 지적할 요소가 없는 '파벨만스', 스티븐 스필버그만큼이나 한 번쯤은 영화를 사랑해 본 이들에게 이만한 선물이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