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주요국들은 비대면 초진 허용하는데 우리만 막겠다는 건가


정치권이 비대면 진료 대상에서 초진 환자를 제외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는 21일 강병원·최혜영·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4건을 심사했다. 이 법안들은 비대면 진료 대상을 섬·벽지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 번 이상 대면 진료를 한 재진 환자와 만성질환자로 한정했다. 의료계가 “비대면 초진의 안전성이 대면 진료보다 낮다”며 이 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보건복지부도 의료계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원격진료 플랫폼 업계는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는 현장과 동떨어진 것이자 세계적 흐름과도 역행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약 30곳에 이른다. 이 플랫폼 앱들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초진 환자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 앱의 초진 비율은 99%에 달한다. 또 정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부터 3년간 한시 허용한 비대면 진료에서 초진을 포함한 3600만 건 이상의 진료가 이뤄졌지만 별다른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이탈리아를 제외한 6개국이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영국·캐나다·독일은 특별한 제한 없이 비대면 초진을 용인하고 일본·프랑스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초진을 허가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진료 대상을 제한하면 비대면 진료 산업은 고사할 것’이라는 플랫폼 업계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스마트폰을 이용한 차량 호출 운송 서비스로 큰 호응을 얻었던 ‘타다’는 택시 업계의 저항과 정치권의 기득권 눈치 보기에 떠밀려 결국 사업을 접었다. 국회가 택시 업계를 보호한다며 만든 ‘타다금지법’은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지 못한 채 혁신 신사업의 싹만 잘랐다. 정치권은 비대면 진료 법안이 ‘제2의 타다금지법’이 되지 않도록 국민의 편익과 건강 보호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득권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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