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코스 생태계 복원으로 재탄생한 ‘뉴’ 사이프러스[선정위원이 가다]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패널리스트의 탐방기

7개 오름에 아늑하게 둘러싸인 다이 설계 36홀 코스

2020년 영안모자 인수 후 대대적인 코스 리모델링

진입로, 홀마다 계절마다 ‘꽃의 향연’…절로 감탄사

남 코스 5번 시그니처 홀…한라산 바라보며 티샷

사이프러스에서는 한라산을 바라보며 티샷을 날릴 수 있다. 사진=사이프러스 제공사이프러스에서는 한라산을 바라보며 티샷을 날릴 수 있다. 사진=사이프러스 제공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알은 새의 세계이다. 알에서 빠져나오려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이 구절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때 그 과정의 아픔과 처절한 노력을 함축적으로 음미하게 한다.



새 봄을 맞는 길목에서 이 구절을 인용한 것은 제주 사이프러스 골프장에 축하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사이프러스(동·남 코스)는 지난해 말 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한국 10대 퍼블릭 골프장’에 제주 지역 퍼블릭 코스로서는 최초로 선정됐다.

사이프러스의 경사는 골프장 운영사의 차원을 넘어 제주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올해로 개장 17년 차를 맞은 사이프러스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접근성 등 좋은 지리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골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를테면 ‘캐지 않은 보석’으로 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곳이다.

2020년 8월 이 원석을 세계 최대 모자 생산 기업인 영안모자의 백성학 회장이 발견하고 인수했다. “골퍼들에게 즐거운 놀이터를 제공한다”는 신념 하에 백 회장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6·25 전쟁 때 남한으로 혈혈단신 피난했던 백 회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에게 10만 개의 구호품을 보내 화제를 낳은 사회사업가로도 알려져 있다. 영안모자는 골프장 인수 후 국내 최고의 골프장 토털 서비스 전문 기업인 ㈜대정골프에 운영을 위탁했다. 코스 관리 전문 대정골프는 나무병원과 잔디연구소 등을 갖추고 있다. 2년가량에 걸친 대대적인 코스 리모델링을 통해 이번의 쾌거를 이룬 것이다.

제주의 클럽 나인브릿지 건설을 이끌고 초대 대표를 맡았던 경력에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으로 활동한 필자가 살펴본 사이프러스의 변신은 실로 괄목할 만하다. 코스인지, 꽃밭인지 정문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클럽하우스까지 이어진 약 2km 길이의 진입로에 활짝 핀 수국과 철쭉의 다채로움에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코스에 들어서면 제주 화산석과 토종 초화류로 만든 락 가든(Rock Garden), 그리고 봄 유채꽃, 여름 기생초, 가을 억새와 백일홍, 겨울 동백 등 철 따라 피는 꽃은 마음과 눈을 홀린다.

도대체 포토존이 몇 군데냐? 그야말로 18홀 전체가 꽃밭이다. 요즘 골프 트렌드를 재빨리 간파한 혜안이 번뜩인다. 찰칵~ 찰칵~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소리에 경기 진행이 늦은 캐디의 푸념은 아스라이 사라지고….

2km의 진입로에는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피고 진다. 사진=사이프러스 제공2km의 진입로에는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피고 진다. 사진=사이프러스 제공


친환경 코스로 다시 태어난 사이프러스에는 수많은 포토존을 만날 수 있다. 사진=사이프러스 제공친환경 코스로 다시 태어난 사이프러스에는 수많은 포토존을 만날 수 있다. 사진=사이프러스 제공




친환경 코스로 다시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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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은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망가진다. 그리고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골프코스도 마찬가지다. 몇 년간 ‘관리소홀-코스 황폐화’의 악순환을 반복하던 사이프러스는 짧은 기간 안에 친환경 코스로 훌륭하게 회복됐다. 세계적인 설계 명장 피트 다이의 정신에 따라 농약 대신 미생물을 활용한 자동주입장치가 큰 효과를 냈다. 코스 생태계가 복원되자 떠나갔던 철새들이 서식지로 돌아오듯 자연히 골퍼들의 발걸음도 잦아들기 시작했다.

새롭게 준비한 맛깔스러운 먹을거리확 달라진 식단도 ‘뉴’ 사이프러스의 관전 포인트다. 사이프러스에서 라운드를 한 골퍼들은 따로 맛집을 찾지 않는다. 클럽하우스가 바로 맛집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밥맛이 일품이다.

입맛을 돋우기 위해 갓 도정한 쌀로만 밥을 짓는다. 대대로 내려온 비법에 오래 숙성된 간장과 된장을 사용한 각종 국이 별미다. 여기에 이곳 특화 메뉴인 문어 뿔소라 무침을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판타스틱이 아닐까?

소담스러운 골프텔과 빌리지도 사이프러스의 자랑이다. 사진=사이프러스 제공소담스러운 골프텔과 빌리지도 사이프러스의 자랑이다. 사진=사이프러스 제공


전략적 레이아웃과 알프스 숲속 마을

사이프러스의 코스는 대지 60만평 부지에 36홀(동·남 퍼블릭 18홀 + 북·서 회원제 18홀) 규모로 자리를 잡았다. 주변 7개 오름으로 고즈넉하게 둘러싸여 있으며 부지의 업다운이 심하지 않아 남녀노소 편안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벙커와 해저드, 언듈레이션이 전략적으로 설계된 레이아웃이 백미다. 울창한 편백과 수국 터널이 인상적인 동 코스 1번 홀(파4)과 한라산 백록담을 바라보며 티샷을 날리는 짜릿한 재미가 있는 시그니처 홀 남코스 5번(파5)이 대표 홀이라 할 수 있다. 코스를 따라 펼쳐진 소담스러운 골프텔과 빌리지도 사이프러스의 자랑이다. 창 너머로 구경하는 플레이어들의 샷에서 인생을 배우고, 저녁 무렵의 야외 바비큐 파티에서는 또 하나의 맛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눈에 담기만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숨 막히는 도시에서 쌓인 피로를 자연과 더불어 치유할 수 있는 힐링의 쉼터! 영안모자가 앞에서 끌고 대정이 뒤에서 미는 ‘영-대 콜라보’의 합작품! 막 알에서 깨어 나온 뉴 사이프러스의 멋진 비상이 사뭇 기대된다.

글_ 김운용(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회 자문위원,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 前 클럽 나인브릿지 초대 대표이사, 호서대 골프 초빙교수)

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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