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대만 독립 반대·北행동은 정당"…習·푸틴 '반미 연대' 과시

■중·러 공동성명

우크라 사태 책임 美에 돌려

中, 침략국 러 사실상 지지

오커스 핵잠수함 협력도 비판

"北에 제재말고 대화 재개를"

가스관 등 에너지 협력 합의

푸틴 연내 방중 가능성 시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마친 뒤 리셉션에서 축배를 들고 있다. AFP연합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마친 뒤 리셉션에서 축배를 들고 있다. AFP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3기 첫 해외 순방지인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중국이 미국에 맞서 세계 주도권을 다툴 국가라는 점을 전 세계에 부각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코너에 몰린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반미 연대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평화적 해법을 강조하는 원론적 입장만 내세웠을 뿐 침략국인 러시아를 사실상 지지하며 평화 중재자 역할을 기대만큼 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에너지 분야 등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실리를 챙겼고 미국과의 전략 경쟁에 힘을 보탤 파트너 관계 강화 등으로 러시아를 이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22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21일(현지 시간)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중러 신시대 포괄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과 ‘2030년 중러 경제 협력 중점 방향 발전 계획에 관한 공동성명’ 등 두 건의 문서에 서명했다. 이들 공동성명에는 국제 질서와 안보 등 각 분야에서 양국 간 포괄적 이해·협력을 강화하고 경제 협력을 앞당기는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만 반복했을 뿐 새로운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공동성명에서 “위기를 ‘통제할 수 없는 단계’로 밀어붙일 수 있는 모든 조처를 중단하라”고 밝혔지만 휴전 중재 의지를 보였다고 하기에는 모호했다. 오히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미국 등 서방 국가를 정면 겨냥하며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가 유지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오커스(AUKUS) 구축 및 핵잠수함 협력 프로그램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미치는 결과와 위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서도 “다른 국가의 평화적 발전을 바라볼 것을 촉구한다”며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군사 안보 관계 강화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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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는 두 나라가 전면 협력하고 각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외부 세력의 내정 간섭을 반대한다면서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에도 반대하며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하려는 중국의 조치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중국식 현대화를 지지하고 중국도 러시아가 2030년 이전에 국가 발전 목표를 실현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과 해결책 마련을 미국에 촉구했다. 성명은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해서는 안 되며 (이 방법은) 통하지도 않으니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 정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제적 협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며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석유 공급을 늘릴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양국을 잇는 ‘시베리아의힘2’ 가스관도 합의에 도달해 중국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늘어날 것임을 예고했다.

시 주석도 “우리는 러시아 석유 제품에 대한 무역을 늘리기로 합의했다”며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무역 활동에서 현지 통화 사용을 확대한다고 약속하는 등 달러 패권 확대에 맞설 것임을 강조했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의 실질적 도움이 필요한 러시아가 적극적이었다면 중국은 국제사회를 의식하느라 다소 거리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홍콩 명보는 “러시아 측은 비교적 열정적인 용어를 쓴 반면 중국의 어조는 신중했다”며 “러시아가 중국에 요구하는 것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의 도움이 절실한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극진한 대접으로 중국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임을 예고했다. AP통신은 시 주석의 2박3일 방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을 중국으로 초청했으며 러시아 측도 연내 방중 가능성을 시사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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