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 측의 노 전 대통령 지정기록물 열람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노 전 대통령 측이 반발하고 있다.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 대통령기록관은 최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마련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전직 대통령 사망 시 유가족의 추천을 받아 대리인을 지정하는 절차와 이 대리인이 열람할 수 있는 범위 등을 별도로 규정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지난 1월 16일 오상호 전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을 기록물 열람 대리인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은 규정 시한(15일 이내)을 넘겨 대리인 지정을 보류한 바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대리인이 방문 열람할 수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범위를 △전직 대통령 및 가족 관련 개인정보 △전직 대통령 및 가족의 권리구제를 위한 정보 △전직 대통령 전기 출판 목적을 위한 정보로 한정했다.
대리인을 추천하는 경우 가족 간 협의에 따라 1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협의가 곤란할 때는 우선 추천 순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등의 순으로 정했다.
대리인 지정 요청을 받으면 대통령기록관장이 90일 이내에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리인을 지정하고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는데 이는 종전의 기한 15일을 대폭 늘린 것이다. 또 대리인 등이 비공개기록물이나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열람신청서를 제출하는 경우 60일 이내에 전문위원회를 거쳐 가능 여부를 통보하게 했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는 전직 대통령 유고 시의 규정이 따로 없었다”면서 “대통령 가족은 대통령기록물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과 동일한 기록물 열람권을 주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가족의 기록물 열람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조영삼 전 서울기록원장은 “대통령이 서거하면 전직 대통령 측은 기록을 보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이는 열람권을 아예 막은 것으로 법률 취지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대통령기록관은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4월 17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는데 노무현재단은 반대 의견을 내기로 했다.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은 “열람권에 너무나 제한이 많다. 대통령 유고 시 열람 대리인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건 우리(노 전 대통령 측)밖에 없다”며 “정부가 기록을 못 보게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인데 다음 주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보호기간 15년인 노 전 대통령 지정기록물 8만4000여건은 지난달 25일 보호기간이 만료돼 보호 조치가 해제됐다. 이번에 해제된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공개되기까지 분류작업을 거쳐야 하며 ‘공개’나 ‘부분공개’로 결정된 기록물 목록은 비실명 처리 후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서 하반기부터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