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 수준의 하락 폭을 기록하면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전년보다 많게는 50% 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에 종부세 기본공제 상향, 세율 인하 등 정부의 세제 개편이 더해진 결과다. 2주택자의 경우에도 최대 72% 넘게 세 부담이 완화되고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도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에 따라 실제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에도 2020년 수준보다는 세금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 세금 계산 서비스 ‘셀리몬’에 의뢰한 보유세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올해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33.05% 하락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전용면적 82.61㎡)의 보유세는 384만 1614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804만 7692원)보다 52.26% 감소한 금액이다. 이는 1가구 1주택 단독 명의자 기준으로 지난해 적용된 재산세(45%), 종부세(60%) 공정시장가액비율로 산출한 값이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84.96㎡) 1주택자의 보유세도 지난해 224만 3250원에서 올해 93만 2400원으로 58.44% 감소한다.
강남권 1주택자의 보유세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 반포자이(84㎡)의 올해 보유세는 715만 8132원으로 전년(1023만 8310원) 대비 30.08%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114.17㎡)의 보유세도 같은 기간 1014만 7842원에서 636만 2532원으로 37.3% 감소했다. 강동구 래미안고덕힐스테이트(84.74㎡)의 보유세도 139만 6080원으로 지난해(276만 9012원)보다 49.58% 줄었다. 마포구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114.7㎡)의 경우 1년 새 34.88% 적어진 229만 6260원이다.
보유세 부담이 급감한 것은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하락한 데다 정부의 세제 개편 효과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8.61% 내려 2005년 공시 제도가 도입된 이래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해 말 종부세법 개정으로 올해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1가구 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렸다. 1주택자(0.6~3.0%)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이상(1.2~6.0%)에게 적용하던 종부세율도 1주택은 물론 2주택까지 0.5~2.7%로 낮추고 3주택자 이상도 0.5~5.0%로 끌어내렸다.
이에 2주택자의 보유세 부담도 최대 70% 넘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성동구 왕십리 텐즈힐(84.92㎡)과 마포구 염리 마포자이(84.69㎡)를 보유한 2주택자의 보유세는 1635만 9648원으로 지난해(5856만 7520원)보다 72.07% 줄어든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114.17㎡)와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84.81㎡)을 보유하더라도 세 부담은 지난해 7056만 206원에서 올해 2239만 8565원으로 68.26% 감소한다.
다만 실제 세부담은 추후 공정시장가액비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올해 보유세 산출에 필요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적용하는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45%에서 소폭 낮추는 대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에서 80%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이번에 공개된 공시가격을 토대로 각각 4월과 상반기 중 결정된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만 현재 60%에서 80%로 조정할 경우 잠실주공 5단지 1주택자의 보유세는 396만 3342원으로 기존의 60% 적용 때(384만 1614원)보다 소폭 오른다. 같은 조건으로 반포자이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기존(715만 8132원)보다 100만 원가량 늘어난 818만 7396원으로 계산됐다. 래미안 대치팰리스와 래미안 옥수 리버젠 보유 2주택자는 공정가액비율 상향 시 당초보다 600만 원 증가한 2865만 9393원의 세 부담이 는다. 이처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려도 보유세는 2020년 수준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보유 부담이 비정상적으로 과중하기 때문에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를 조기에 이행할 것”이라며 “올해 보유 부담은 2020년보다도 완화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