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급락한 가운데 서울도 25개 자치구 모두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가 두 자릿수 넘게 떨어졌고 송파구를 비롯해 노원·도봉 등 지난해 집값 하락 폭이 컸던 곳은 20% 넘게 급락했다. 이 밖에 지난해 고점 대비 50% 넘게 떨어진 반값 아파트가 속출했던 세종·인천·대구도 공시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17.3% 하락했다. 전국 평균(-18.61%)보다는 작지만 2005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제도 도입 이래 가장 큰 낙폭이다.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주택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지난해 71.5%에서 2020년 수준인 69%로 내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가 23.2% 하락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잠실 재건축 대장주인 ‘잠실주공5단지’ 등 주요 아파트 매매가가 10억 원 넘게 급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61㎡ 공시가는 지난해 22억 6600만 원에서 올해 15억 1700만 원으로 33.1%나 내렸다.
지난해 공시가가 큰 폭으로 올랐던 강북권은 올해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20% 넘게 공시가가 급등했던 노원구와 도봉구는 각각 23.11%, 20.91% 빠졌고 동대문구(-21.98%)도 20% 넘게 급락했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래시티’ 전용 84.96㎡는 지난해 10억 7500만 원에서 올해 6억 7000만 원으로 37.7%나 감소했다. 이 밖에 강동(-21.95%), 성북(-20.48%), 양천(-19.40%), 마포(-19.23%), 서대문(-19.13%), 강북(-15.65%)은 물론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15.70%), 서초(-10.04%), 성동(-15.11%)까지 24개 자치구가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용산(-8.19%)만 한 자릿수 내림세를 보였다.
이에 올해 서울 공시가격 중위값은 3억 64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1억 2100만 원 떨어졌다. 이는 2020년(2억 9900만 원)보다는 높고 2021년(3억 8000만 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서울 공시가가 폭락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1주택자 기준 12억 원 이상)에서 제외되는 아파트 단지도 상당수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8개 시도별로 보면 세종이 30.68%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세종은 지난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시가격이 4%가량 하락한 곳인데 올해는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인천(-24.04%), 경기(-22.25%), 대구(-22.06%) 순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세종과 인천·대구는 지난해 다른 시도보다 집값 낙폭이 컸던 곳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은 지난해 집값이 16.39%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한편 올해 국내에서 공시가격이 높은 단지는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전용 407.71㎡)’으로 162억 4000만 원이었다. 3년 연속 1위다. 다만 전년(168억 9000만 원)보다 6억 원가량 떨어졌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전용 244.72㎡)’이 97억 4000만 원, ‘한남더힐(전용 244.75㎡)’이 88억 37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단지는 올해 공시가가 전년보다 오히려 올랐다.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전용 273.93㎡)’는 81억 9300만 원으로 전년 6위에서 올해 5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