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가격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낮아졌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는 2월 기존주택 중위가격이 36만 3000달러(약 4억 7000만 원)로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집값이 떨어진 것은 201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무려 131개월 연속 상승세가 지속돼온 것이다. 팬데믹 기간에 급등했던 미국 집값은 지난해 6월 41만 3800달러로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은 금리에 가장 민감한 경제지표 중 하나”라며 “그간 주택 가격은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왔다”고 전했다.
다만 전월(36만 1200달러)에 비해서는 집값이 소폭 올랐다.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다소 진정되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거래량도 가격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주택 매매 건수는 458만 건으로 시장 전망치(420만 건)를 웃돌았다. 주택 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6% 급감했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14.5% 증가한 수치다.
모기지 금리 하락으로 당분간 주택 거래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후폭풍이 변수다. 부동산 중개 업체 질로그룹의 오르페 디분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은행권의 위기가 경기 침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끌어올릴 경우 주택 수요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