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2일(현지 시간) 상원 세출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blanket insurance)’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상원에 출석해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하거나 고려한 바가 없다”며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등의 예금자 보호 대상(25만 달러 이하)이 아닌 예금도 보호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중소 은행에는 뱅크런에 대비해 새로운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하기로 한 바 있다. 이날 옐런 장관은 “25만 달러가 넘는 예금은 SVB와 시그니처은행처럼 파산한 은행이 시스템적 리스크를 일으킬 것 같을 때만 보호될 수 있다”며 “보호 여부는 사안별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1일 옐런 장관은 미국은행연합회 연설에서 “소형 금융사가 뱅크런에 시달리고 위기가 전염될 것으로 보인다면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대한 것과 비슷한 조치가 단행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중소은행연합 등에서 은행권의 ‘신뢰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라도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에서 옐런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돼 당시 은행 주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이날은 ‘포괄적 보험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부각되며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옐런 장관의 발언은 정부의 발 빠른 보증을 원했던 은행 업계의 희망을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는 15%나 떨어졌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이 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3단계 낮춘 것도 주가 급락에 일조했다. 베벌리힐스에 기반을 둔 팩웨스트의 주가는 이날 사측이 “투자회사 아틀라스SP파트너스에서 14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했다”는 발표에도 17% 급락했다. 이 외에 24개 은행의 주가를 추종하는 KBW뱅크인덱스도 약 5%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영국 중앙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영국 의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BOE는 SVB가 파산하기 전 18~24개월간 SVB의 집중화된 리스크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이를 SVB·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베일리 총재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는 SVB의 예금도 보호해주기로 한 미국 당국의 결정도 비판했다. 그는 “이는 은행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귀결될 수 있고 이로 인한 비용은 결국 납세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SVB와 같이 정부가 구제해줄 것이므로 리스크 관리를 계속 소홀히 할 수 있고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그 비용은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간다는 의미다.
한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UBS는 이날 CS 인수 직전인 이달 17일 판매된 27억 5000만 유로(약 3조 8000억 원)어치의 채권을 다시 공개 매수하겠다고 제안했다. UBS는 CS 인수일(3월 19일)보다 앞서 채권에 투자한 이들이 CS 인수를 모른 채 투자를 결정한 경우 되팔 수 있는 선택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CS 인수 직후 고조된 투자 불안 심리를 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