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창원간첩단도 MZ 포섭 고심…“계급의식·단결의식 부족”

“정치 투쟁 아닌 임금 인상에만 집착”

“노동 운동 전반 침체 상태 빠질 듯”

北, 젊은 임원 육성·대기업 공략 주문

“손수건 계속 닦는 사람 공작원” 접선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1월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1월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 일대를 중심으로 조직된 이른바 ‘창원 간첩단’으로 불리는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조직원들도 이른바 ‘MZ세대’를 포섭하는데 골머리를 앓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자통 총책임자 황모씨 등 4인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30대들은 신자유주의와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성장해 계급의식, 단결의식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북한과 내리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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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황씨 등에게 “민주노총의 세대교체는 불가피한 상황인데, 젊은 조합원들이 정치투쟁보다는 임금인상과 생존권 해결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이런 사태가 지속되는 경우 민주노총의 조직적 지반은 심히 약화되고 나아가 노동운동 전반을 침체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젊은 임원 육성 △어린 조합원들이 밀집한 대기업 집중 공략 등을 제시하며 자통에 ‘계급적 각성이 높고 대중적 신망과 통솔력이 있는 젊은 대상들을 걷어쥐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으라’고 지령을 내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 황씨 등은 “모 노조 사무국장인 박모씨가 젊은 나이에 대중 조직 간부를 맡았는데 힘에 부쳐 하면서도 스스로 혁신하는 활동가”라며 “대중적 친화력이 뛰어나고 사상적 신념이 투철하다”는 등 현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황씨 등 4명은 북한 공작원과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접선을 시도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황씨 등은 2019년 5월 15일께 캄보디아의 한 공원에서 ‘손수건으로 땀을 계속 닦는 사람이 북한 공작원’이라는 설명을 공유한 사실이 공소장에 기재돼있다. 또 ‘매일 전혀 다른 옷으로 갈아입으라’거나 ‘호텔 인근에 미행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는 등 언급도 있었다. 이들은 수사기관에 발각될 경우 자료가 저장된 이동식 저장매체를 부숴 삼켜버리기로 하는 등 철저한 보안을 독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검찰은 북한 공작원 접촉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A씨 등 4명에 대해서도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북한 대남 공작원과 수년간 온라인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동남아 일대에서 직접 만나기도 한 혐의를 받는다.


천민아 기자·이진석 기자·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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