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에너지 백년대계의 길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양수발전소 등을 운영해 전기를 생산하는 회사다. 1년 365일 쉼 없이 안전과 씨름하면서 긴장과 활력이 공존하는 곳이 발전소다. 깊은 밤에도 잠을 잊은 현장의 직원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기 걱정 없이 역동하고 있다. 고생하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줄 수 있을지 늘 고민에 빠진다.



중국 한나라 때 용맹을 떨치던 곽거병 장군은 지쳐가는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려고 묘안을 냈다. “황제가 병사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이 술을 내렸습니다. 함께 마시고 함께 취합시다!” 그는 술 한 병을 오아시스에 붓고 물을 떠서 병사들과 다 같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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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물에서는 물이 아닌 술맛이 나지 않았을까. 병사들을 소중히 여기는 장군의 마음이 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다. 이 일을 기리며 아직도 중국 간쑤성에는 주천(酒泉), 술샘이라는 마을이 있다고 한다.

곽거병 장군처럼 직원들과 일일이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등을 두드려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그러나 1만 2000여 직원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려워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 안전하고 자긍심 넘치는 회사, 국민에게 사랑받는 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의 목표를 간단한 숫자로 만들어서 직원들과 편하게 만나는 자리에서 반복하고 있다. ‘1·10·10·10·10(원텐텐텐텐)’이 바로 그 구호다.

1은 안전이 최우선임을 뜻한다. 우리 회사는 안전을 생명과 같은 사명으로 삼고 안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첫 번째 10은 원전 수출 10기다. 우리의 원전 수주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수출로 여러 나라와 좋은 인연을 맺고 이를 통해 경제 발전과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두 번째 10은 원전 10기의 계속운전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안전성을 전제로 경제성도 올리고 국민의 신뢰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 세 번째 10은 원전 이용률을 10% 늘리는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25기 원자력발전소의 이용률을 10% 올리게 되면 원전 2기를 짓는 효과를 얻게 된다. 요즘처럼 불안정한 에너지 상황 속에서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한 길이다. 마지막 10은 운영 중인 7곳의 양수발전소와 건설 중인 양수발전소 3곳을 합한 것이다. 양수발전소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강력한 배터리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간헐적으로 전력 계통의 적신호가 켜질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기도 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기 부족 없이 국민의 삶을 편안히 하기 위함이다.

‘1·10·10·10·10’은 0과 1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디지털을 닮았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가히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사회를 변화시켰다. ‘원텐텐텐텐’이라는 구호는 짧지만 회사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목표들을 이룬다면 병사를 소중히 여겼던 곽거병 장군이 그랬던 것처럼 임직원 모두의 사기와 자긍심을 높이게 될 뿐 아니라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를 든든히 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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