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통상 전쟁서 살아남을 실질적 대안 내야죠"

실용적 연구 나선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硏 상임대표

미중 갈등 격화·EU 보조금 규제 등

WTO 중심 국제 통상 질서 무력화

고담준론으론 제대로 대응 어려워

국내 전략 산업 보호·육성안 제시

정부 정책·기업에 구체 도움 줘야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가 국제 통상 환경과 실용적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가 국제 통상 환경과 실용적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소 보고서들은 대부분 고담준론(高談峻論)에 그치고 있습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인데 거대 담론만 얘기하니 큰 도움이 되기 힘들죠. 이제는 기술 패권 시대, 반도체 전쟁 시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최근 실용적·구체적 정책 조언를 표방하며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을 설립한 김두식 상임대표는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기업에 도움을 주는 실용적 연구를 할 것"이라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법무법인 세종의 창립 멤버이자 대표변호사인 김 상임 대표는 대표적 통상법 전문가로 국내 1호 통상 변호사로 불리기도 한다.

그가 강조하는 연구원의 방향은 실용성. 미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에 대한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1년 유예 종료 이후 대응 방안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가공 공정을 갖춘 공장을 지어야 하는지, 유럽연합(EU)에서 규제하는 국외보조금은 무엇인지 등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문제들을 분석하고 맞춤형 보고서를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김 상임 대표는 “논문식 연구 대신 3~5페이지 정도로 사실과 해법 중심으로 정책 자문을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아주 분명하고 실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법이 있는지 알아야 하고 기술과 관련 산업에 대해서도 전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통섭적 접근’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안보, 인권, 환경 등 비경제적 가치를 내세운 규제 입법이 속속 등장하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과학기술·산업·통상·외교 정책이 서로 연계될 수 밖에 없다”며 “약 80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집단 지성을 결집하기 위해 모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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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구원을 세운 것은 최근 국제통상환경이 격변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각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차별적인 보조금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외 기업의 비차별적 대우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은 휴지 조각이 된 지 오래다. 김 상임대표는 “WTO는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돼 버렸다”며 “이제는 힘에 의한 질서가 진리인 세상”이라고 정의했다.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가 급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가 급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WTO의 무력화는 세계화의 위기로 다가온다. 경제 효율과 비교 우위는 더 이상 국제사회의 핵심 가치가 아니다. 앞으로 개선될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중국이 무기 지원에 나서거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세계화는 결정적으로 망가질 것”이라며 “이때는 정말 미국 편에 설 지, 중국 편에 설 지 양자선택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세계화가 완전히 종말을 고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중국과 EU, 아프리카 등 다른 나라들이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의 무역·투자 규모도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가뜩이나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김 상임대표는 “미국이 중국을 러시아처럼 다루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말 험악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첨단 전략 기술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세계화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완전한 양자택일이 아닌 선택적 디커플링 또는 리커플링을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중 갈등의 구도는 산업별, 품목별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입김이 강할 수 밖에 없지만 광물 등 다른 분야에서는 충분히 협력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 상임대표는 “우리 스스로 양자택일의 도그마에 빠질 필요는 없다”며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선과 지켜야 할 핵심 가치라는 원칙을 정한 후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산업 정책에 대한 중요성도 역설했다. 전략 산업을 어떻게 육성하고 보호할 지 정책적 방향을 세우고 집중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정책은 이러한 산업 정책을 기반으로 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상임 대표는 “국제 통상 환경에서 벌어지는 파워 게임을 우리 힘으로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의 대응 방안은 이를 전제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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