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옷 만졌는데 '철창행' 발달장애인…경찰 조사서 무슨 일이

수사과정서 '맞다'고만 대답하는 발달장애인

불리한 수사 받지 않도록 변호인 조력 필요

文정권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반면교사로

6세 수준의 지능을 가진 발달장애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7번방의 선물’. 주인공은 특정 진술을 할 경우 딸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경찰의 구슬림에 넘어가 억울하게 체포된다. 커뮤니티 캡처6세 수준의 지능을 가진 발달장애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7번방의 선물’. 주인공은 특정 진술을 할 경우 딸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경찰의 구슬림에 넘어가 억울하게 체포된다. 커뮤니티 캡처




수년 전, 중증 발달장애인 김 모(25) 씨는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착용한 실크 블라우스 상의를 쓰다듬었다. 실크의 부드러운 촉감에 이끌렸던 탓이다. 접촉을 당한 여성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고, 덩달아 놀란 김 씨도 여성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못했다. 성추행 피의자로 붙잡힌 김 씨는 조사과정에서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접촉했냐”는 경찰의 질문에도 “맞다”며 스스로 불리한 진술을 이어갔다. 당시 김 씨는 7세 수준의 지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의사를 온전히 표현하기 힘든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법적 보호조치가 필요하지만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이들을 위한 법적 체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재판 단계에서 장애인을 위해 지원되는 국선변호인 제도와 마찬가지로 수사과정에서부터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분류되는 피의자는 2018년 7244건, 2019년 7763건, 2020년 9019건, 2021년 8850건 등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정 수준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인들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연대 사무국장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주인공처럼 일상적인 소통은 가능하지만 인지장애가 있는 장애인들은 질문의 의도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질문의 내용과 상관없이 무조건 긍정의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내용들이 초기 수사에서부터 진술서에 기록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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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내부에서도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변호사 조력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발달장애인 지원이 일반 변호사 시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신수경 율다함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재에도 발달장애인·미성년자 등에 대해 조사가 불리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상당 수 있다"면서 “변호인이 조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변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해당 제도를 운영할 주체가 누가 될지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반면교사해 발달장애인으로 지원대상을 좁힐 경우 현실화가 가능하다는 설명도 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형·무기·단기 3년 이상 중범죄 피의자에 대하여 피의자가 미성년자·70세 이상인 경우 변호사 조력을 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밀어 붙인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지원 대상자의 범위가 너무 넓고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변호인 지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등의 반대 논리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됐다.

한편 경찰은 발달장애인 보호를 위해 전담조사관을 2021년 1009명에서 지난해 2260명으로 2.2배 가량 늘렸다. 과거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담배정관이 실제 수사 과정에서는 배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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