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차량이 남편과 반려견을 치어 중상을 입었지만 가해자 보험사 측이 반려견의 치료비는 줄 수 없으니 소송을 하자는 입장을 밝힌 사연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이지만 여전히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법안이 없어서 이같은 상황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6일 밤 10시께 시흥시 정왕동에서 한 음주 운전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반대 차선을 이용하는 차량 5대를 들이받았다.
당시 운전자는 면허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였다. 이 사고로 6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가장 크게 피해를 당한 건 G70 운전자 A씨였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A씨는 왼쪽 갈비뼈 12개가 부러지고 장기에 동시다발적인 큰 충격을 받아 완전 절제 수술을 받는 등 전치 48주 중상을 입었다.
또 뒷자리에 타고 있던 반려견 ‘쩔미’는 척추가 부러져 긴급 수술을 받았고, 목숨은 건졌지만 뒷다리를 회복하지 못해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상태가 됐다.
21일 A씨의 아내 B씨는 쩔미의 일상을 공유해 온 소셜미디어(SNS)에 쩔미의 사고 후 모습과와 사고 당시를 담은 사진 등을 올리며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B씨는 “오늘은 사랑스러운 쩔미 사진이 아니라 조금 슬픈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라며 “남편과 쩔미는 집 근처 넓은 공원으로 차를 타고 산책하러 나갔다가 그 길에 큰 사고를 당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임신 중이라 밝힌 B씨는 “쩔미는 한 달간의 입원 생활을 견디고 현재 퇴원하여 통원으로 재활을 받고 있다”며 “병원에서는 입원을 계속하는 것을 권했지만, 그냥 거기에 계속 둘 수가 없어 안정기가 되자마자 데리고 와 열심히 간호 중”이라고 했다.
이어 “남편은 계속 입원 중이다. 처음 크게 다쳤던 부위 말고도 다른 문제가 계속 발생해 적어도 1년간은 일도 못 하고 계속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곧 아이도 태어날 텐데, 생활비도 그렇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쩔미의 수술비와 치료비, 재활비는 저희에게 점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음주 운전자의 보험사 측은 쩔미에 관한 치료비를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한다. 민법상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으로, 보험금 산정에서도 대인이 아닌 ‘대물’ 배상이 이뤄진다.
B씨는 “음주 운전자 보험사 측에서는 쩔미에 관한 치료비는 못 주겠다며 소송을 하자고 한다. (보험사 측에서) 강아지는 대물인데 그 대물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 했다”며 “가해자가 음주 운전을 했는데, 왜 그 피해는 우리가 다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법이 어떻건 간에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남의 인생 이렇게 망쳐 놓고 나 몰라라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쩔미는 유기견이었다. 누군가에게 버려졌고, 결국 우리 품으로 왔다. 처음 데려간 병원에서 안락사를 제안받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든 저희는 쩔미를 포기할 수 없었다”며 “살아있어준 게 고맙고 앞으로도 재활에 아낌없는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끝으로 B씨는 “쩔미를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려 죄송하다. 사랑스러운 우리 쩔미가 얼른 네 발로 걷고 뛰길 응원해달라”며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