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모 벤스케 서울시립교향악단 前 음악감독이 임기를 마친 후 객원 지휘자의 자격으로 돌아왔다. 임기 중 시작한 시벨리우스 사이클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도이치 그라모폰’의 간판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도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 간 그의 여정에 함께 했다.
핀란드 출신의 벤스케는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20년 가까이 이끈 데 이어 지난 2020년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지난해 임기를 마쳤다. 벤스케의 3년은 역경이 많았다. 벤스케의 취임 후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19 확산은 거장의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지난해 말에는 갑작스럽게 낙상 사고를 당해 임기 중 서울시향과의 마지막 정기공연에 나서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마무리한 벤스케의 시벨리우스 사이클 공연은 의미가 깊었다. 이날 시벨리우스의 ‘카렐리아 모음곡’은 희망차게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핀란드 민속 문화가 얽혀 있는 ‘카렐리아 모음곡’에서 서울시향은 봄의 행진을 나타내듯 경쾌한 선율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조지아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가 함께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개정판을 연주했다. 리사 바티아슈빌리는 시종일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독주에서의 강인한 폭발력과 함께 바이올린만이 가질 수 있는 서정적인 애수를 끌어올렸다. 무대가 끝나고 박수갈채로 화답한 관객들에게 “이번이 첫 내한”이라며 감사의 소감을 밝힌 바티아슈빌리는 앙코르 곡으로 핀란드 민요 ‘저녁 노래’와 조지아 출신 작곡가 알렉시 마차바리아니의 곡 ‘돌루리’를 선보였다. 그는 두번째 곡인 ‘돌루리’에서 열정적인 속도로 무대를 질주하듯 연주하며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이어진 시벨리우스가 생전 “첫눈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라고 지칭한 교향곡 6번은 목가적이고 아름답게 북유럽의 정취를 드러냈다. 새하얗게 펼쳐진 설원의 밤하늘에서 쉴 새 없이 이채가 빛나듯 어우러지는 현과 관 파트의 화음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벤스케는 부상의 여파로 이번 공연에서 의자에 앉아 지휘봉을 들었다. 그럼에도 곡은 섬세하게 끝났다.
오는 30일과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도 벤스케의 시벨리우스 공연은 이어진다. 핀란드 바이올리니스트 엘리나 베헬레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오리지널판을 연주한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오리지널판은 개정판과 달리 카덴차가 2개로 구성돼 독주의 풍미를 더한다. 이에 대해 벤스케는 앞서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오리지널판에서 처음에는 곡이 익숙한 방향으로 흘러가다 한순간 곡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듣고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한 교향곡 2번도 연주되며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벤스케는 지난해 서울시향에 이어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앞으로 객원 지휘자의 삶에 집중할 것이라는 벤스케는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서) 지난 3년은 여러 면에서 나에게 중요한 시간이었고, 우리가 그 시간을 잘 통과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향 연주자들은 재능 있고 기량이 뛰어나다. 앞으로 서울시향 단원들을 매우 그리워할 것 같다”는 작별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