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방중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삼성의 전자 계열사가 모여 있는 톈진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톈진에는 삼성전기(009150)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카메라모듈 생산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생산 공장이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4일 중국 톈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2021년 가동을 시작한 전장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했다. 이 회장이 중국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2020년 5월 중국 산시성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MLCC는 반도체에 공급되는 전력량을 일정하게 공급하는 핵심 부품으로 전자제품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삼성전기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 발달과 더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장용 MLCC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톈진 MLCC 2공장을 건설했다. 전 세계의 전장용 MLCC 시장 규모는 올해 29억 달러에서 2026년 40억 달러로 연간 40% 가까운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2020년과 2022년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전장용 MLCC 등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삼성은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R&D) 및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는 한편 톈진 공장은 전장용 MLCC 주력 생산 거점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공장 방문에 앞서 이 회장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006400) 소속 톈진 주재원 및 중국 법인장들을 만나 해외 근무에 대한 애로 사항을 듣고 공급망 차질을 최소화할 방안 등도 논의했다.
공장 방문 이후 이 회장은 천민얼 톈진시 서기와 회동했다. 천 서기는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중국 공산당 간부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와 톈진시 정부 인사도 배석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과 천 서기가 중국 공급망 강화와 공장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25일에는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발전포럼)에도 참석했다. 이번 포럼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 등 세계적인 기업 고위 인사 100여 명과 중국 중앙 부처 지도급 인사, 국유기업과 금융기관 책임자, 국내외의 저명한 학자들이 자리했다. 미중 간 기술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기술 기업의 최고위 경영자들이 중국에서 한자리에 모이게 된 셈이다. 이 회장이 이들과 만나 삼성전자의 사업 방향을 놓고 어떤 논의를 이어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특히 포럼장에서 쿡 CEO와 조우한 뒤 가볍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다만 두 CEO는 별도의 회동을 통해 여러 현안을 논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