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응 방안에 대해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기 전 ‘여당의 건의’라는 명분을 쌓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이 강행처리될 경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목 정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법안에 대해서는 재의 요구를 하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한 바 있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외에도 각종 정책을 추진할 때 여당과 긴밀히 협조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법률안과 예산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간에 긴밀히 협의하라”며 “이 과정에서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해달라”고 정부 각 부처에 주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당 지도부가 새로 들어섰으니 당정이 국정 운영에 책임을 지고 함께 가자는 취지의 지시”라며 “정부는 정부대로 당은 당대로 맡은 바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정무수석 역시 “(윤 대통령의 지시는) 당은 늘 여론과 함께하기 때문에 국민의 소리를 바로 정부에 전달해달라는 취지일 것”이라며 “실제로 당정협의회가 지금보다 더 자주 열리는 것은 물론 실무당정회의 같이 정말 조밀하게 들여봐야 할 사안에 대한 모임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4월 초에 있을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방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고 주문했다. 이에 한 총리는 “실사단이 우리나라의 유치 역량과 의지를 잘 알 수 있도록 민관의 역량을 총결집해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복원 조치에 소극적인 것에 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먼저 하는 것”이라며 “일본이 어떤 조치를 해나갈지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