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이 시스템반도체 사업 확장을 위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인 세미파이브에 300억 원을 투자한다. 두산은 2022년 테스나(현 두산테스나(131970))를 인수하며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처음 진출한 뒤 5년 간 1조원을 투자해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산은 기존 사업인 에너지·건설장비 등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을 위해서도 반도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주)두산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세미파이브 투자를 확정했다. 두산은 신주 280억 원, 구주 20억 등 총 300억 원을 투입한다. 두산 외에는 KDB산업은행 3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기존 벤처투자가 위주로 총 700억 원을 확보했다.
투자자들은 투자 후 기준 세미파이브의 기업가치를 4500억 원가량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리즈 C단계인 이번 투자 유치가 끝나면 세미파이브는 창업 4년 만에 총 2000억 원을 투자받게 된다.
두산이 유일한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한 이유는 세미파이브가 국내 최대 디자인하우스 기업이면서 플랫폼 기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일반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용역을 받아 팹리스(설계회사)의 설계를 생산 가능한 설계로 바꾸는 단순 작업자지만, 세미파이브는 팹리스를 직접 상대해 설계를 위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사마다 직접 설계하기 원하는 부분만 바꿔 제공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팹리스기업은 검증된 플랫폼으로 낮은 비용에 설계 할수 있고, 세미파이브는 기술 고도화로 높은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 다른 반도체라도 공통 부분을 재사용할 수 있게 해 칩 개발 비용과 기간도 50% 가까이 줄였다”면서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따라 시스템반도체 분야가 고도화되는 흐름은 팹리스 설계 능력 일부를 해결할 수 있는 세미파이브에 호재인데 두산그룹은 이를 눈여겨 봤다”고 전했다.
세미파이브의 매출은 2019년 10억 원에서 2020년 19억 원, 2021년 96억 원으로 증가했다. 아직 사업 초기라 영업손실은 2019년 14억 원에서 2021년 209억 원으로,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14억 원에서 235억 원으로 각각 늘었다.
두산은 2022년 두산테스나를 46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두산테스나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의 후(後)공정 가운데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2002년 설립 후 테스트 위탁 사업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했고, 현재 웨이퍼 테스트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산그룹은 앞으로 테스트 후 웨이퍼 가공 및 반도체를 조립하는 패키징 기술까지 확보해 두산테스나를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으로 도약 시키겠다는 목표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언론들과 한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 주변 생태계에서 우리가 들어갈 만한 사업들이 어디가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면서 “반도체 전체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보면 파운드리(위탁생산)나 전체를 한 회사가 하는 곳은 없다. 반도체 후공정도 아웃소싱(위탁)을 많이 하는데 관련된 기술 개발은 (반도체 생산)본업을 굉장히 도와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