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항공운송 등의 경량·고성능 섬유 소재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용 타이어 코드(Tire Code)의 핵심 소재이기도 한 폴리에스터(PET)를 더 빨리 강하게 만드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섬유연구부문 함완규 박사 연구팀이 방사 속도를 올려도 안정적인 섬유 생산이 가능할 뿐 아니라 더욱 우수한 기계적 물성을 갖는 새로운 개념의 고강도 PET 섬유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함 박사 연구팀은 용융방사공정 내 방사 노즐의 구조를 재설계하고, 토출되는 섬유에 순간적으로 고온 가열할 수 있는 새로운 히팅장치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20% 이상 높이면서 인장 강도가 15% 이상 향상된 PET 섬유를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용융상태의 PET 고분자 사슬의 얽힘 구조(Molecular Chain Entanglement)를 제어해 최적화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연구팀은 용융상태에서 실 뭉치처럼 얽혀있는 고분자 사슬간 밀도와 간격을 적절하게 제어하면 방사공정에서의 용융 점도가 떨어져 방사장력(노즐에서 토출된 섬유가 고체화되는 동안 걸리는 섬유 내부의 응력)이 낮아지고 방사장력이 낮아지면 연신비(연신공정에서 섬유를 늘리거나 당길 수 있는 비율)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고분자 사슬간 얽힘 구조를 제어할 수 있도록 방사 노즐을 재설계하고 순간적으로 방사온도 대비 100℃ 이상 섬유를 가열할 수 있는 소형 히팅 장치를 개발했다.
PET 섬유는 280~300℃ 이상 온도가 올라가면 열분해가 일어나는데 400℃까지 가열해도 열분해 없이 안정적으로 방사 가능한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개발된 기술을 적용할 경우 산업용 고분자량 PET 수지(IV 1.05)의 최대 방사속도가 분당 약 3㎞에서 3.6㎞로 증가하고 인장 강도는 1데니어 당 9~10g에서 11~13g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장 강도 11~13g/d는 PET 섬유로 구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물성으로 실험실 규모에 머물러 있는 일본 및 해외 경쟁국과 달리 상용화 규모의 대형 방사 노즐이나 공정에도 구현 가능하다.
특히 방사노즐 부분만 변경해 기존 상용화 방사공정에 적용할 수 있어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함완규 박사는 “순간 국부 가열로 용융구조를 제어하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을 10% 이상 줄일 수 있고 PET 섬유에 첨가제를 쓰지 않아 섬유 폐기물을 100% 재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며 “간단한 설비 개조 만으로 생산성과 물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어 현재 국내 기업들과 실용화 협의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