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은행 위기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1.79%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42%, 1.00% 뛰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3.61%, 2년 물은 4.15%대까지 올랐습니다.
월가는 외부로 드러나는 은행 위기가 다소 잦아들자 31일에 나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어닝 쪽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UBS는 사업개편과 구조조정을 위해 능력을 검증 받은 예전 최고경영자(CEO) 세르지오 메르모티를 재영업한다고 밝혔는데요. 스위스 금융당국의 의중이라고 하죠.
애플(1.98%)은 연례 개발자회의(WWDC)를 6월5일부터 9일까지 열겠다고 했습니다. 마이크론(7.19%)을 비롯해 빅테크도 강세를 보였는데요. 오늘은 금융권 상황과 PCE, 고용,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캐서린 만, SVB·CS는 금융안정 이슈 아냐 인플레에 집중”…“MMF 맛본 고객들 예금 2차 이동 예상”
우선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례회의부터 잠깐 보죠. 이날 행사에 참여한 캐서린 만 영란은행(BOE) 통화정책 위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 그리고 다른 사건들 직후에 회의를 했는데 이것은 금융안정의 문제가 아니며 통화정책은 당면한 통화정책에 계속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인플레이션은 기대했던 것보다 계속 높게 들어오고 있었고 생각보다 강한 경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나에게는 어느 쪽으로 갈지 방향이 매우 명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23일 있었던 BOE의 0.25%포인트(p) 금리인상에 대한 배경 설명인데요. 앞서 은행권 불안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이 0.5%p,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0.25%p 금리를 올렸죠. 캐서린 만의 말은 SVB와 CS 사태를 보는 중앙은행가들의 기본적인 생각을 엿보게 해줍니다. 일단 은행 문제는 은행 문제이며 어떤 식으로든 안정시킬 방법(강제결혼 등)이 있고, 인플레이션은 잡을 건 잡아야 한다는 건데요.
이런 생각을 알아야 앞으로의 금리전망을 보다 정확히 할 수 있죠. 다만, 며칠 조용하다고 해서 크고 작은 문제가 다 사라진 건 절대 아닌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수석 논설주간인 그레그 입은 “(추가 영업정지가 나오지 않으면서)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추가 전염을 막았지만 소규모 은행들은 앞으로 수년 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예금보험이 모든 예금으로 확대되지 않는 한 중소은행들의 예금 압박이 장기화할 수 있고 이는 대출 감소나 은행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반적인 의미의 위기는 아니겠지만 최종 결과는 같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15일 기준 최근 1주일 새 중소 은행은 예금이 1200억 달러 빠져나간 반면 대형 은행은 660억 달러가 증가했는데요. 지역은행의 내상이 깊을 수 있습니다. 퍼스트리퍼블릭뱅크는 고액자산가 대상 영업이 많았는데 최근 웰스 어드바이저 팀 6명이 록펠러 캐피털 매니지먼트로 자리를 옮겼다고 하는데요. 이 경우 고객들도 따라가는 사례가 적지 않죠. 블룸버그는 “일부 고객은 예금과 대출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고 다른 이들은 대형 은행에 계좌를 트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은행이 한 번 흔들리면 예금이 이탈하고 고객이 떨어져 나가며 우수 직원까지 유출돼 상당한 피해를 입습니다. 유동성 문제가 해결도 영업기반이 무너져 수익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생기는 건데요. 그래서 지역은행 문제는 하루이틀의 주가 상승이 아닌, 추가적인 경영상황이 드러날 때까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이날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주가가 5.63% 올랐지만 이것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데요.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케빈 오를리 오를리 벤처스 회장은 “은행 혼란 이후 정부 주도의 새 규제들이 생길 것이며 이는 은행들의 수익성을 낮출 것이다. 작은 지역은행들은 죽었다. 끝난 것”이라고 했는데요. 표현이 과도하지만 지역은행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바클레이스는 은행 예금이 다시 한번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지역은행에 다시 한번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아니고 MMF의 맛을 본 예금주들이 MMF 선호도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겁니다.
“3월 근원 PCE 전월 대비 0.4% 전망”…“3월 비농업 일자리 초기 전망 23.8만 개 시간당 평균임금 0.2%→0.3%”
조셉 어베이트 바클레이스 전략가는 “1차 예금이동은 SVB 파산 이후 은행에서 돈을 못 찾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는데 이것은 거의 끝나고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사람들이 MMF에서 더 안전하면서도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에 앞으로 은행들이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MMF는 3개월 국채처럼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 언제든 인출할 수 있고 수익률도 4%대(일주일 기준)입니다.
은행 관련 내용 하나 더 보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찰스 슈왑과 PNC를 포함한 6개 은행이 금리가 계속 상승(채권가격 하락)하자 5000억 달러 이상의 보유 채권을 만기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재분류했다고 전했는데요.
다소 복잡하고 길긴 한데, 은행들의 채권 분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매도가능증권(AFS)과 만기보유증권(HTM)이 그것인데요.
쉽게 말해 AFS는 언제든 팔 수 있다는 거고, HTM는 채권 만기 때까지 그냥 두는 겁니다. 그래서 AFS는 매 분기 시가로 평가하지요. 이는 채권가격 변화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 생길 수 있음을 뜻합니다. 그만큼 총 자기자본 증가나 감소 요인이 되죠.
HTM은 만기까지 들고 있기에 중간에 가격이 달라지는 게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만기에 정해진 원금을 그대로 받기 때문이죠. 지난해 금리가 오르면서(채권가격 하락) 찰스 슈왑을 포함한 주요 은행들이 AFS를 HTM으로 대거 전환했는데요.
지금 같은 금리상승(채권가격 하락)기에는 HTM의 장점이 있습니다. AFS로 하면 채권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을 보겠지만 떨어질 경우 손실이 나고 이를 반영해야 하는데요. 자본을 갉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HTM이면 신경 안 써도 되죠. 그래서 갈아탄 건데요.
연준에 따르면 대차대조표상 지난해 말 기준 은행들의 만기보유 채권규모가 1조1400억 달러라고 합니다. 채권의 공정시장가치보다 1180억 달러 많다는데요. 시가로 보면 채권가치가 1조220억 달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정시장가치로 평가할 때보다 1180억 달러만큼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그 규모가 얼마나 큰가 하면 은행권 자본의 18%입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미국 은행권의 보유 채권 중 48%가 만기까지 갖고 있겠다고 한 HTM인데, 1년 새 14%p 증가했다고 하죠. 월가의 한 관계자는 “그만큼 이익이라고 볼 수도 있고 자산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다만, HTM은 유동성이 받쳐줄 때 가능합니다. 문제가 된 SVB는 보유 중인 대부분의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겠다고 했는데(HTM), 뱅크런을 겪으면서 갑자기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하는 수 없이 채권을 내다 팔면서 갑자기 손실이 한번에 확정됐습니다. 그래서 문까지 닫게 됐는데요.
정리하면, 은행의 보유채권은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는데 △언제고 팔겠다고 하면 금리하락(채권가격 상승) 땐 이익, 금리상승(채권가격 하락) 시 손실을 보지만 △만기까지 들고 있는다고 하면 손실이 없지만 이익도 없으나 △유동성 부족 시 SVB처럼 갑자기 팔아야 해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 △대형은행은 만기까지 가져가는 채권이 많아 미실현 손실이 커도 유동성이 풍부하고 자금조달 경로가 다양해 큰 문제가 없다 정도인데요.
어렵긴 하지만 은행의 채권 보유 형태와 분류를 알아두면 관련 논란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시대가 지속할 수 있기에 더 그런데요.
실제 연준이 긴축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인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고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0일에 나올 지난 주(3.19~3.25)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전망치는 19만5000건으로 예상되는데요. 전주(19만1000건)에 이어 또다시 20만 건을 밑돌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 2주 연속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169만9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5000건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인데요.
“야데니, 뭔가 안 부서지면 좋은 날 S&P 4600 가능”…“Bofa, 단기적으로 현금이 주식투자 대안 제로데이 옵션도 급증”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3월 민간고용 수치도 21만 개로 예측됩니다. 2월(24만2000개)보다는 감소하지만 꾸준한데요. 4월7일에 있을 3월 비농업 일자리 수도 현재 23만8000개로 예상됩니다. 2월(31만1000개)보다는 쪼그라들지만 아직도 20만을 상회하죠. 실업률 역시 3.6%로 변동이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확실한 균열은 최소 3월까지는 없는 셈입니다.
봐야 할 것은 3월 고용보고서상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입니다. 전월 대비 0.3%로 나오는데요. 2월(0.2%)보다 되레 높아지는 거죠. 1년 전과 비교하면 4.3%로 0.3%p 줄지만 전월비 수치가 0.3%로 올라가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아직 고용보고서 발표까지 시간이 있고 실제 발표 수치가 다를 수 있지만 0.3%씩 12달이 가면 상승률이 3.6%가량 됩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타깃(2%)을 훌쩍 넘는데요.
이달 31일에 나올 2월 PCE도 진전은 있지만 여전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하나씩 보면, 전월 대비 0.3%로 2월(0.6%)보다 0.3%p 감소하는데요. 전년비로는 5.1%로 0.3%p 줄어듭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PCE의 경우 전월 대비 0.4%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2월(0.6%)보다는 낮지만 근원 물가 0.4% 상승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4.7%로 2월과 같을 전망인데요.
다만, 2월 소비는 확실히 1월보다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소비 전망치가 0.3%로 1월(1.8%) 대비 1.5%p나 감소합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비는 -0.1%로 마이너스 전환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죠. 전미소매연맹(NRF)은 올해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4~6% 늘어 최대 5조2300억 달러로 전년(7%)보다 증가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에 따르면 올해 투기등급의 회사채 채무불이행(디폴트) 비율이 4%로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기추세(4.1%)와 비슷하지만 지난해 수치가 1.7%임을 고려하면 빠르게 상승하는 건데요.
증시 상황 좀 더 보죠. 사비타 수브리마니안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전략가는 시장 혼란을 이유로 “단기적으로 현금이 S&P500을 대체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는데요. BofA는 올해 연말 S&P500 전망치를 4000으로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S&P가 오르더라도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데요.
만기일이 하루 이내인 제로데이 옵션(0DTE)이 S&P500 옵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년 전 5% 미만에서 최근에는 거의 5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단기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건데요.
월가도 상황 판단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마이클 퍼브스 톨백큰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설립자는 “우리는 지역은행 위기가 얼마나 전염성이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요.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들의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 전망치가 SVB 파산 일주일 전부터 220달러였는데 지금도 그대로이며 S&P500의 연말 전망치도 3개월 연속 4050이다. 이는 바꿀 의지가 없거나 새로운 전망이나 이론을 세울 수 없거나 아니면 확신이 없을 때 수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에드 야데니 야데리 리서치 설립자는 이날 증시를 두고 “뭔가 안 부서지면 좋은 날인 것”이라며 “경제가 무너지지 않고 많은 거품이 터졌다. 연말까지 S&P가 4600에 갈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침체 경고등은 커지고 있고 금리인상 효과와 은행 위기의 나비효과를 아직 정확히 모른다는 점, 새겨둬야겠습니다. BofA는 금융시장이 긴축되고 글로벌 경기가 상대적으로 둔화하면서 외환시장 유동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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