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첩약 처방 일수(10일→5일) 축소를 두고 보험 업계와 한의계가 정면 충돌한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업권 간 충분한 대화를 통해 국민 상식에 맞는 결론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30일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대한한의사협회와 ‘교통사고 환자 첩약 처방일수 축소 관련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한의사협회 측은 올해 초부터 소위 ‘나이롱 환자’에 대한 처방을 예방할 수 있는 ‘경상환자 제도’가 시행된 만큼 그 경과를 살펴본 뒤 처방일수 축소는 논의해야 한다고 원 장관에게 요구했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올해 1월 2일부터 나이롱 여지가 있는 환자들은 장기 치료를 못 받고, 4주 이후에도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서를 필수적으로 발부해야 한다”며 “최소 6개월, 1년 정도 바뀐 변화 추이를 보고 (처방일수 축소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뀐 제도에서도) 모럴 해저드가 있고, 과비용 (문제가 확인되면) 손해보험 업계의 의견을 전격 수용할 의지가 있다”며 “제도가 변화됐음에도 과거 제도상의 행태를 가지고 바꾸자고 요구는 건 저희가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원 장관은 “국토부가 자동차 보험의 주무 부처이기 때문에 연구 용역 등을 살펴 국민의 상식에 맞게끔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며 “전체적 과정이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지켜볼테니 성의 있게 대화를 진행해보자”고 답했다. 원 장관은 “(국토부는) 과잉 처방 등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제 의식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장관이 구체적 결론을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아니다. 대화의 과정이 충실히 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최근 정부가 교통사고 환자 첩약 처방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줄이려 하는 것을 두고 한의계와 손해보험 업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부가 이같은 조치에 나선 건 교통사고 환자 상태와 무관하게 첩약 1회 처방일수를 10일로 책정하면서 경상 환자 위주의 진료비 증가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총 진료비 중 한방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7.7%에서 2022년 58.2%로 늘었다. 손해보험협회 측은 “이번 첩약 처방 일수 조정은 현재 1회 10일 처방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1회에 5일분으로 처방하자는 것”이라며 “필요하면 5일씩 추가 처방이 가능해 진료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힘을 실었다.
하지만 한의계의 판단은 다르다. 이들은 “환자의 진료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일”이라며 “첩약 처방 일수 변경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의사협회 측은 “진료수가에 대한 의학적 판단은 고려하지 않고 경제 논리로만 멋대로 재단하려는 안하무인 국토부의 행태에 깊은 우려와 함께 분노를 느낀다”며 ‘1회 5일 처방’ 추진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총궐기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5시 관련 분쟁심의위원회를 열고 한방 진료수가 기준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