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영국이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가입한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최대 규모의 무역 협정을 맺었다며 긍정적으로 자평했지만, 실제 경제 부양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CPTPP 가입 사실을 발표하며 "영국이 역동적으로 성장 중인 태평양 국가들의 모임 한 가운데에 들었다"고 말했다. CPTPP는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유무역지대다. 기존 회원국은 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멕시코·칠레·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이었지만 영국이 가세하며 12개 회원국을 보유하게 됐다.
영국 정부는 CPTPP 가입 의미에 대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맺은 최대 규모의 무역 협정"이라고 자평했다. 수낵 총리는 "(CPTPP 가입은) 브렉시트 이후 얻게 된 자유가 어떤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며 "영국 기업들은 이제 유럽에서 남태평양에 이르는 시장에서 비길 데 없는 접근성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자동차·주류·유제품 등에 대한 관세가 줄어들고, 회원국에서 사업을 할 때 현지에 사무실을 설립할 필요가 없어지는 등 절차가 간소화될 것으로 영국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BBC 등 외신에서는 CPTPP 가입으로 인한 영국의 이익이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영국 정부는 CPTPP 가입으로 향후 10년간 영국의 GDP가 0.08%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의 잠재 GDP가 장기적으로 4% 하락할 것이라는 예산책임청(OBR)의 전망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이밖에도 영국은 브렉시트 탈퇴 이후 호주·뉴질랜드·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으며 현재 캐나다·멕시코와도 FTA 체결을 협의 중이다. 이 때문에 영국 일각에서는 영국이 EU 탈퇴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고자 애를 쓴다는 냉소도 나오고 있다.
한편 고토 시게유키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영국의 CPTPP 가입은 자유 무역, 개방적이고 경쟁력 있는 시장, 환태평양 지역을 넘어선 경제 통합을 촉진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원래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 미국과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했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TPP를 폐기하면서 CPTPP를 발족했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미국의 복귀를 촉구해 오고 있다. 중국·대만·한국·에콰도르·코스타리카·우루과이도 CPTPP 가입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신규 회원국 가입에는 기존 회원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