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쏠리면서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 수탁고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은 3일 ‘2022년 신탁업 영업 현황 분석’ 자료를 발표하고 지난해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 수탁고가 2021년 276조 6000억 원보다 40조 1000억 원(14.5%) 감소한 236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이 줄어든 건 증권사에 신탁업을 허용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특정금전신탁은 금융기관이 주식·예적금·채권·단기금융상품 등 고객이 지정한 방법에 따라 자금을 운용한 뒤 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고금리 현상으로 은행 예금에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결과로 해석했다. 실제로 증권사 신탁고는 겸영 신탁회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신탁업 회사는 은행 18곳, 증권 21곳, 보험 7곳, 부동산신탁 14곳 등 총 60개 사다. 증권사의 지난해 말 총 수탁고는 전년보다 40조 3000억 원(13%) 감소한 270조 4000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은행과 보험사의 수탁고는 각각 46조 4000억 원(9.4%), 1조 5000억 원(8.3%) 증가한 541조 8000억 원, 19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업사인 부동산신탁사 수탁고는 담보신탁이 42조 원, 관리형토지신탁이 5조 800억 원 증가해 전년보다 총 49조 6000억 원(14.5%) 증가한 392조 원으로 조사됐다. 은행·증권·보험·부동산신탁사의 지난해 총 수탁고는 1223조 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7조 2000억 원(4.9%) 더 증가했다.
총 신탁보수는 2조 2996억 원으로 전년보다 714억원(3.2%) 늘었다. 겸영 신탁회사의 퇴직연금신탁과 부동산신탁사의 토지신탁 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은행의 주가연계신탁과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보수는 감소했다. 부동산신탁사의 수탁고와 신탁보수가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영업 경쟁 심화로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경쟁 심화로 매년 영업비용이 급증하고 업계평균 신탁보수율(0.29%)이 정체돼 있어 부동산 신탁사의 수익성은 크게 향상되지 못했다”며 앞으로 신탁재산 운용 시 자산·부채관리(ALM)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