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중계 콘텐츠 가성비 좋다"…스포츠에 꽂힌 통신사

◆검증된 전략으로 리스크 최소화

SKT·LGU+, KBO리그에 집중

저비용에 고정 시청자층 확보 가능

투자 대비 안정적인 성과 보장돼

글로벌 OTT 전쟁 탈출구로 적격


이동통신사들이 스포츠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기존 가입자를 묶어두는 동시에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스포츠만큼 검증된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비해 자본력과 제작 경험이 부족한 통신사로서는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 등에 비해 스포츠 중계가 투자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3일 LG유플러스(032640)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스포키’ 누적 사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스포키는 야구와 골프를 비롯 축구, 농구, 배구, 당구, 볼링, 낚시 등 8개 종목을 중계하는 종합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500만을 넘어선 데 이어 5개월 만에 1000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과 최근 막을 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을 생중계하며 이용자가 대폭 늘었다. 스포키에서 카타르 월드컵과 WBC를 시청한 이용자는 각각 300만 명과 150만 명에 달한다.



LG유플러스는 이달부터는 KBO 리그 중계에 집중한다. KBO 리그 개막에 발맞춰 인공지능(AI) 승부예측을 선보인다. 별도 가입이나 광고 없이 웹과 앱으로 중계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시청자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고광호 LG유플러스 스포츠플랫폼담당은 "스포키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해 고객이 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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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시즌 프로농구 타이틀 스폰서인 SK텔레콤(017670)도 KBO 중계에 나선다. AI 비서 에이닷(A.) 내 영상 서비스 ‘에이닷tv’에서 KBO 전 경기를 광고 없이 중계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가입자는 데이터 사용료도 무료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 등 플랫폼에서도 스포츠 중계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광고는 물론 회선사용료까지 받지 않겠다는 통신사 전략은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지분이 섞인 국산 OTT도 스포츠 중계를 늘리고 있다. 최근 KT(030200) 시즌과 통합한 티빙은 KBO는 물론 프로배구 V리그,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와 종합격투기 UFC, 월드 복싱 슈퍼매치를 방송한다. 방송 3사와 SK텔레콤이 연합한 웨이브도 KBO를 비롯한 방송 3사 중계 스포츠 경기를 제공 중이다. 국산 OTT 중 가장 빠르게 이용자를 늘려가고 있는 쿠팡플레이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최소화하는 한편 스포츠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자동차 경주대회인 F1과 북미풋볼리그(NFL) 등 소수 마니아를 위한 중계로 ‘충성 시청자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통신사와 국산 OTT들은 KBO를 비롯한 스포츠 콘텐츠로 안정적인 시청자층 확보를 꾀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는 드라마 등 단기 콘텐츠와 달리 장기간 고정 시청자층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경기가 열리고, 한 경기에 최소 2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4월부터 10월까지 반년 이상 지속되는 KBO는 이런 측면에서 매력적인 콘텐츠로 꼽힌다.

스포츠 중계를 위해 적지 않은 중계권료를 내야 하지만 시리즈 당 최소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영화·드라마·예능·다큐 등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와 비하면 중계권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평가다. 특히 실패시 부담이 큰 오리지널 콘텐츠와 달리 스포츠는 투자에 대한 최소 성과가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자를 이어가는 통신사 콘텐츠 사업부문과 국산 OTT가 글로벌 OTT의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콘텐츠에 맞서는 데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콘텐츠 제작에서 경험이 부족한 통신사로서는 스포츠 중계는 적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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