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석 달 간 4곳 상장 포기…스팩 철회 지난해 웃돌 듯

키움스팩8호 3일 상장 철회

유안타·NH·KB 이어 네 번째

일반 공모주 비해 수익 낮고

청산 시 이자율 정기예금 수준

증권사 입장서 강행 이유 없어

키움증권의 올 첫 스팩인 키움제8호기업인수목적은 3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키움증권의 올 첫 스팩인 키움제8호기업인수목적은 3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들이 공모 규모와 관계없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의 일반 공모주 흥행, 지난해부터 이어진 스팩 과다 상장, 고금리로 인한 유동성 부담 등 여러 요인들이 얽히며 스팩 투자매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키움제8호기업인수목적(키움스팩8호)는 전날 금융감독원에 코스닥 시장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30~31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얻자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하루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키움스팩8호의 상장 철회로 올 들어 청약 전 상장을 철회한 스팩은 4개로 늘었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유일한 목적으로 설립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상장 후 3년 이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청산 절차를 밟는다. 일반적으로 자기 몸값보다 4배 이상의 기업과 합병한다. 원금 보장이라는 안정성 덕에 시장 변동성이 컸던 지난해 IPO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최근 상장을 철회하는 스팩들의 특징은 공모 규모와 관계없이 흥행에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9일 올 처음으로 상장 철회서를 제출한 KB스팩24호는 공모액만 4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스팩이었다. IB업계는 IPO ‘대어’들이 상장을 연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대형 스팩일수록 합병 대상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해 외면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두 번째로 상장을 철회한 NH스팩29호 역시 공모액 255억 원의 대형 스팩이었다.



반면 지난달 31일 상장을 철회한 유안타스팩11호(150억 원)과 키움스팩8호(130억 원)은 공모 규모가 100억~200억 원인 중형스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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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회 건수가 단기간 빠른 속도로 늘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지난 3년 동안 상장 철회 스팩 건수는 2022년 4건, 2021년 2건, 2020년 4건 등이다. 올해 1분기가 조금 지났는데 지난해 철회 건수를 이미 따라잡은 셈이다.

‘다산다사(多産多死)’ 현상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1분기 상장 스팩 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3년 7개, 2022년 6개, 2021년 6개 등이다. 같은 기간 비슷한 개수의 스팩이 상장에 도전했지만 유독 올해만 철회 건수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스팩이 상장 단계에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연초부터 중소형 일반 공모주가 흥행하는 데 따른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올 1분기 상장한 기업(리츠·코넥스·스팩 제외)은 17개사로 모두 코스닥 상장사다. 이 중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로 마감하는 것)’에 성공한 종목은 5개,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100% 이상인 기업도 10개였다. 일반 공모주가 흥행을 이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주가 흐름 변동성이 낮은 스팩에는 투심이 모이지 않는 것이다.

스팩 청산 시 원금과 함께 돌려주는 이자의 금리가 시중금리 수준이라는 점도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이 36개월 동안 스팩에 묶이게 되는데 청산 시 수익률이 연이율 3%대 정기예금과 다를 게 없다면 한정된 유동성을 스팩에 넣을 이유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상장 스팩들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이 현재 스팩 상장을 강행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스팩 상장 수는 45건으로 전년(25건) 대비 80% 증가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스팩은 상장 후 3년 이내 (합병 대상 기업과)못 붙이면 청산해야 하고 이자까지 챙겨줘야 한다”며 “이미 올 상반기까지도 상장 스팩이 상당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추가적으로 스팩을 상장을 서둘러할 필요가 없는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향후 스팩 상장 및 합병 심사를 더 꼼꼼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금감원은 증권사 IB관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스팩 IPO 증가에 다른 과열 경쟁 등에 주의를 당부했다. 스팩 관련 정보 공시도 대표 발기인인 증권사가 과거 설립한 스팩 수, 합병 성공·실패 건수, 합병 후 주가 추이 등이 담기도록 개정할 예정이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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