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실 무시한 양대 노총 "최저임금 25% 올려라" 어깃장

내년 1만2000원 인상안 첫 제시

경영계는 최초 요구안 '동결' 검토

勞, 정부 노동개혁 반발도 변수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 이상 올리라고 요구했다. 의례적으로 인상 폭을 대폭 높여 잡는 게 노동계의 관행이라 해도 현실성을 크게 벗어난 첫 요구안이라는 점에서 협상보다는 투쟁을 예고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는 양대 노총이 일찌감치 대정부 투쟁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서둘러 요구안까지 발표해 악화된 노사 관계 속에서 최저임금 논의가 여느 해보다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1만 2000원으로 인상돼야 한다”고 밝혔다. 1만 2000원은 올해 최저임금 9620원보다 24.7% 오른 수준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인 5%와 비교하면 5배가량 높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계의 사실상 최초 요구안으로 평가된다. 이날 양대 노총은 요구안의 근거로 물가 폭등 시기 최저임금 현실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임금 저하, 해외 주요국의 적극적인 임금 인상 정책, 노동자 가구 생계비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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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 최초 요구안도 18.9%였다. 2020~2021년에는 10%대 후반대였지만 2019년에는 43.3%, 2018년에는 54.6%, 2017년에는 65.8%였다. 2016년에는 79.2%에 달했다.

이런 상황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근로자위원(노동계), 사용자위원(경영계),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합의 기구로 구성된 결과다. 매년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간 노사 요구안을 놓고 임금 수준을 좁히다 보니 최초 요구안은 막판 협상을 염두에 둔 일종의 ‘엄포’처럼 굳어졌다. 실제로 경영계도 올해와 지난해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동결을 제시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4.2%, -2.1% 삭감안까지 꺼냈다. 당시 경영계는 매년 기본적인 물가 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렇다 보니 최종 최저임금 수준은 대부분 노사 합의를 못 이루고 제3자인 공익위원의 제시안에 대한 표결로 이뤄졌다. 하지만 표결 후에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노사의 공개적인 불만이 뒤따랐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 과정은 예년보다 더 험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는 내년 심의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 심의처럼 동결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노사의 최초 요구안 차이는 25%나 벌어진다. 특히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불발된 업종별 구분 적용이 기업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 취지에 어긋난다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내년 최저임금 심의는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먼저 결정한 뒤 양측의 최초 요구안 발표 이후 임금 수준을 정하는 일종의 관행도 깨진 상황이다. 노동계가 이날 최초 요구안을 예년보다 2개월가량 앞당겨 공개하는 방식으로 ‘심의 테이블’에 올렸기 때문이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가 노동 개혁에 대한 반발이 큰 점도 변수다. 그동안 노동운동 방식이 달랐던 양대 노총은 올해 초 노동 개혁 반대를 위한 대규모 집회 등 연대 투쟁을 결의했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놓고서도 양대 노총은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양대 노총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물가 폭등, 경제위기 극복, 양극화 해소를 위해 광범위하게 시민사회와 연대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는 노동 개혁을 성공하겠다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노동 개혁을 추진해왔던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총괄 격인 노동개혁정책관을 신설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동 개혁 완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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