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다공성(多孔性) 소재의 성능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최적의 구조를 찾는 방법을 개발했다. 다공성 소재는 미세한 구멍이 많아 수소 운반, 방사능 제거 등에 널리 활용되는데 활용 분야마다 이런 구멍들이 어떤 구조를 이뤄야 가장 효율이 높을지를 AI가 계산해준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지한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멀티모달 트랜스포머’를 적용한 AI를 통해 다공성 소재의 다양한 성질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멀티모달 트랜스포머는 텍스트·이미지·영상 등 여러 형태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학습·연산할 수 있게 설계된 AI 모델의 하나로 최근 대화형 AI인 챗GPT에도 적용됐다. 챗GPT에 쓰인 고성능 AI를 연구팀이 신소재 연구에 응용한 것이다.
대표적 다공성 소재인 금속유기골격체(MOF)는 금속과 유기물이 격자 형태로 결합해 다수의 구멍을 가지는 물질이다. 구멍을 활용해 수소나 각종 자원을 저장·운반할 수 있다. 표면적이 넓은 만큼 스폰지처럼 방사능과 유해 물질을 흡착·제거하거나 높은 반응성으로 산업계에서 소재 생산을 위한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도 가능하다. 다만 각각의 활용 분야에 맞는 최적의 구조를 가진 MOF를 찾아야 하는데 기존 기계학습 기반의 AI로는 많은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다공성 소재의 구조 예측용 멀티모달 트랜스포머인 ‘MOF 트랜스포머’를 개발해 다공성 소재 100만 종의 3차원(3D) 구조 이미지와 그에 맞는 전기적 특성 등 여러 성질에 관한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예측 정확도를 기존 기계학습 모델보다 최고 28%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 교수는 “새로 개발한 기술이 신소재 설계와 개발뿐 아니라 기존 소재 연구를 심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공성 소재를 넘어 다양한 소재를 위한 범용 AI 모델로 확장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머신인텔리전스’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