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잇단 설화에 휩쓸린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폐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중앙일보가 ‘이준석 전 대표의 PPAT(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평가)도 폐기 수순에 돌입했다’고 보도한 가운데 당에서는 폐기를 지시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5일 국민의힘은 김 대표 체제에서 새로운 혁신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수 대변인은 “김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압도적인 승리로 이끌기 위해 ‘안정 속 개혁’이라는 모토 아래 정치개혁과 국회·당 개혁 과제 등 필요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 당시 출범한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은 준용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1일 최재형 전 혁신위원장은 PPAT 확대 및 공천 부적격 기준 강화, 공천 후보자 부적격 심사 권한을 당 윤리위원회로 이관 등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잘 봤다”라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져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김 대표는 당 혁신위가 마련한 건의안을 보고받은 후 검토하고 있으며 도입 가능한 사항을 실무적으로 파악하라고 지시한 바는 있지만, 혁신안 폐기를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대표 지도부는 이 전 대표가 임명한 대변인단과의 관계에서도 엇박자를 드러낸 바 있다. 이들 대변인단의 임기는 지난 1일 끝났는데 당은 전당대회가 마무리된 지난달 8일부터 한 달 남짓 기간 동안 논평 등 활동을 사실상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PPAT 폐기 논란에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결국 기득권 세력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은 ‘의정활동을 수행할 최소한의 능력을 갖춘 사람을 걸러내자’라는 시도였던 것 같다”며 “대통령은 공직사회에 실력주의와 능력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당의 공천은 그 반대로 가겠다고 하니 가관”이라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해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인간 이준석이 마음에 안 들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 전 대표가 했던 것 중 국민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던 것들까지 다 버리고 간다면 지금의 어려운 지지율 국면을 어떻게 하겠나”라며 “PPAT 기조를 왜곡해서까지 이준석의 흔적이 묻은 제도는 다 없애겠다고 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