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제 같은 영양제나 재판매 가능 치료 재료 등 문제 비급여에 대한 지급보험금이 매년 꾸준하게 늘면서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의료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비급여’까지 보장하는 실손보험의 특성상 일부 이용자 및 의료기관에서의 과다 진료 행위가 업계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문제 비급여 항목까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5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총액은 2019년 8조 7531억 원에서 2022년 10조 9336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백내장, 도수 치료, 영양제, 재판매 가능 치료 재료 등 ‘10대 문제 비급여’로 지급된 실손 보험금은 같은 기간 1조 8825억 원에서 2조 8665억 원으로 늘었다.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10대 문제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21.5%에서 26.2%로 확대됐다.
10대 비급여 중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높은 지급보험금 증가율을 보인 항목은 영양제나 비타민제 등 비급여 약제와 제로이드MD크림 같이 재판매가 가능한 치료 재료였다. 우선 비급여 약제의 2021년 지급보험금은 3498억 원에서 2022년 4104억 원으로 17.3%가량 많아졌다. 현행 손해보험에서는 질병의 치료 목적에 한해 영양제 등 주사 치료를 보상하는데 최근 치료 목적을 벗어나 피로 회복이나 미용 등을 목적으로 처방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문제 비급여로 지적되고 있다.
재판매가 가능한 치료 재료도 문제 비급여로 꼽힌다. 화상이나 건조한 피부 등 손상된 부위에 사용하는 제로이드MD크림의 경우 한 번 처방받으면 최소 2~4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보다 훨씬 자주 처방받고, 이를 중고로 재판매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재판매 가능 치료 재료에 대한 지급보험금은 2021년 1003억 원에서 2022년 1268억 원으로 26.4% 많아졌다.
이 밖에 유방에 생긴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진단하고 곧바로 제거까지 가능한 ‘맘모톰 절제술’도 문제 비급여 항목으로 꼽힌다. 일부 병원에서 시술 횟수를 분할해 고가의 비급여 의료비를 반복 청구하거나 실손 청구를 위해 입원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입원 처리하고 입원 의료비를 청구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항목에서의 과도한 진료 행위로 인한 문제 비급여 증가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의 주 요인이 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비급여 의료 증가로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은 최근 수년간 130% 내외였고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실손의료보험 위험손실액은 11조 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보험 업계에서는 문제 비급여 항목에 대한 중점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비급여는 관리 사각지대로 과잉 진료가 횡행하고 동일 치료임에도 의료기관별 적용하는 가격 편차가 과도하게 크기 때문에 합리적 수준의 비급여 가격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소비자가 원하는 위치 기반의 가격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진단명 단위의 의료비 총액에 대한 공개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 비급여 의료 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고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