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중립국 엑소더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지난해 3월 5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를 방문해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9일 만이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동 가입 방안이 논의됐다. 이후 핀란드와 스웨덴 정부는 각각 지난해 5월 15일과 16일에 잇따라 나토 가입 추진을 발표했다. 나토는 서방국가들이 옛 소련의 팽창 위협에 맞서기 위해 만든 군사동맹체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 등이 나토 가입을 추진한 것은 중립국 지위가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웨덴은 옛 소련 해체 이후 유럽에 더 이상 전쟁이 없을 것으로 예상해 국방비 예산을 기존 국내총생산(GDP) 대비 3%대에서 1%(2015년)까지 줄였다. 핀란드도 옛 소련과 치른 겨울전쟁(1939~1940년) 패배의 후유증으로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는 중립 외교 노선을 채택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이 나라들은 중립국 지위보다 집단 군사동맹 가입을 통한 평화 추구가 더 효율적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관련기사



핀란드가 4일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중립국 지위를 얻은 지 74년 만의 일이다. 중립 정책을 200년 이상 유지해온 스웨덴도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나토 가입 비준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중립국 엑소더스’ 현상으로 유럽 내에서 군사적 중립국을 표방하는 나라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아일랜드·몰타 등으로 줄어들었다.

미중 패권 싸움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여온 필리핀도 최근 자국 내 군사기지 4곳을 미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3곳은 대(對)중국 방어선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 중국·러시아가 결속을 도모하는 가운데 동북아 평화와 우리의 주권을 지키려면 압도적인 자체 군사력 확보뿐 아니라 가치 동맹 강화가 불가피하다.

김상용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