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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토크콘서트] "AI 반도체 패권전쟁 불붙어…한국판 '첨단산업 네옴시티' 구축해야"

[2023 대한민국 반도체 토크콘서트]

■AI 반도체로 본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변화와 국가 전략

IP·설계자동화 자립 못해…200여 팹리스도 정부 연구과제에 의존

대만·이스라엘처럼 처음부터 글로벌시장 겨냥 M&A 속도내고

20년전 한국IT펀드처럼 '반도체판 KIF'로 상생 생태계 조성해야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반도체 토크콘서트’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왼쪽부터)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왕성호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회장,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최정환 삼성전자 펠로, 손동영 서울경제 대표, 양향자 국회의원,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 고광본 본지 선임기자,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 /이호재 기자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반도체 토크콘서트’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왼쪽부터)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왕성호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회장,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최정환 삼성전자 펠로, 손동영 서울경제 대표, 양향자 국회의원,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 고광본 본지 선임기자,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 /이호재 기자




◇참석자



·토론: 양향자 국회의원,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 최정환 삼성전자 펠로,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왕성호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회장,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사회: 고광본 본지 선임기자(부국장)

“챗GPT 등 인공지능(AI) 세상이 도래하면서 AI 반도체 등 반도체 패권 전쟁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산학연정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미래 반도체 전쟁에서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AI 반도체로 본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변화와 국가 전략’을 주제로 산업통상자원부, KAIST 테라렙(Teralab)과 함께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2023 대한민국 반도체 토크콘서트’에서 전문가들은 미·중 반도체 전쟁이 심화하며 K반도체가 위기라며 혁신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우선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국회의원은 “우리는 반도체 지식재산권(IP)이나 설계자동화(EDA) 개발 등의 측면에서 자립하기 힘든 구조”라며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1·2위이나 뿌리가 부실해 가까운 미래에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의원은 이어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면 중국은 언젠가 무력으로라도 대만을 편입시켜 세계 1위 파운드리사인 TSMC를 무기처럼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중국에서 오는 10월부터 반도체 장비 도입 규제를 받을 예정인데다 현지 증산량도 10년 간 5% 이내로 제한받아 사실상 중국에서 질서 있는 철수를 요구받고 있다는 게 양 의원의 진단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우리 기업들의 현지 생산량 제한은 그나마 견딜만 하다”면서도 “문제는 장비 도입을 통제 받으면 생산성이 떨어져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반도체 토크콘서트’에서 양향자(가운데) 의원의 발언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반도체 토크콘서트’에서 양향자(가운데) 의원의 발언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따라서 미·중과의 협상력을 높이면서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의 급성장세를 내다보고 AI 반도체 등 미래 반도체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뤘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IP의 80~90%와 주요 소프트웨어를 해외에 의존하는 현실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챗GPT 같은 초거대 AI 모델이 뜨며 우리 메모리기업이 큰 수혜를 보겠지만 결국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키우고 AI 반도체를 육성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등의 반도체칩 수요 급증에 대비해 열을 낮추기 위한 액체질소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다”며 AI 반도체와 패키징사의 협업을 촉구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효율과 성능이 좋은 AI 반도체를 개발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미국 인텔 출신인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삼성전자가 10나노 메모리 반도체부터는 대만 파운드리사인 TSMC에 비해 기세가 꺾였다”며 “AI 반도체와 정보통신, 자동차 등과의 융·복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전무는 “반도체 제조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설계·제조·패키징·테스트 등의 팀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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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AI반도체 벤처기업인 퓨리오사AI의 백준호 대표는 “처음부터 고급 모델을 겨냥했고 삼성이나 대만 기업과 협업을 해왔다”며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했듯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윈윈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아성을 깨려는 동력도 강하다”며 “이 세력과 함께 움직이면서 윈윈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AI반도체사인 사피온코리아의 류수정 대표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라든지 글로벌 수요처의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AI 산업에 폭증 추세에 맞춰 AI 반도체는 고품질·초절전 모델이 중요하다. 올해는 트랜스포머 모델 수요에 맞춰 칩 설계를 할 것”이라며 “내년에는챗GPT같이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것에 맞춰 학습기능을 지원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팹리스사인 네메시스 대표인 왕성호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회장은 “AI 반도체에서 고성능컴퓨팅(HPC)은 물론 엣지 디바이스용 AI 칩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에 별 진척이 없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에임퓨처의 김창수 대표는 “30년 전부터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자고 했는데 여태 별 성과가 없다”며 “한국에 200개 정도의 팹리스 회사가 있는데 정부 과제에 의존하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R&D 고도화, 인재 양성, 법·제도 마련, 대·중기 상생, 고강도 압박과 회유를 펴는 미·중과의 협상력 제고, 글로벌 진출, 기술유출 방지 측면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유 대표는 “2002년 통신 3사가 3000억 원 규모의 한국IT펀드(KIF)를 조성해 IT 생태계 구축에 기여를 했다”며 “반도체 대기업의 출자로 펀드를 만들어 팹리스·파운드리 등에 투입하면 상생효과를 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가답게 “반도체 분야에서 탄소중립 기술과 데이터 보안 측면에서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글로벌 표준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의원은 “(시스템 반도체의 강자인) TSMC의 모델을 따라가야 한다. 대만은 전 국민의 엔지니어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네옴시티처럼 대한민국에도 ‘첨단산업 네옴시티’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RE100(친환경 전기 100% 사용)과 양질의 용수가 중요한데 에너지와 물관리 대책이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양 의원은 “팹리스는 혼자 성공할 수 없는데 정부는 소수의 기업을 키우는 데 관심을 쏟는다”며 팹리스사들과 국내 대기업-글로벌사와의 윈윈 방안을 주문했다. 류 대표도 “전체 팹리스 규모를 키우면서 AI 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인프라를 엮어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2023 반도체 토크콘서트’에서 김영호 세종 고문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2023 반도체 토크콘서트’에서 김영호 세종 고문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23 대한민국 반도체 토크콘서트’에서 한 청중이 꼼꼼히 메모를 하고 있다.‘2023 대한민국 반도체 토크콘서트’에서 한 청중이 꼼꼼히 메모를 하고 있다.


왕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등 초과이익 면에서 민감도가 낮은 공장을 미국에 짓고 미국 정부에서 팹리스 전용 파운드리를 지원받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고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이어 “삼성·LG 같은 수요처가 있는 게 팹리스사에게는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대만이나 이스라엘처럼 팹리스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해야 한다. 벤처·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 활성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AI 반도체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려면 고대역폭의 대용량 메모리 전송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AI 반도체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국내 테스트베드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환 삼성전자 펠로는 “데이터센터·자동차 분야 등에서 AI 반도체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혁신 생태계 구축과 함께 인재 양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육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컸다. 양 의원은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 수출 규제를 계기로 우리가 국가적 역량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정치가 기업들을 갈라치기 하고 소모적인 싸움만 벌여 국가 경쟁력 확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무는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키우면 소부장 업체에게도 유리하고 팹리스도 주문을 맡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왕 부회장은 “소재 분야의 일본 기업들, 장비 쪽의 네덜란드 ASML, 미국 램리서치 등을 이기긴 힘든데 1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동영 서울경제 대표는 개회사에서 “위기에는 기회가 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며 우리가 골든타임을 번 측면도 있다”며 “초거대 AI 붐을 맞아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기술 등의 R&D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강해령 기자·세종=심우일 기자·노우리 기자·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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