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상품수지 5개월째 적자…이대론 상반기 최악, 하반기도 회복 쉽잖아

■경상수지 두달 연속 적자

반도체 직격탄에 수출 부진 이어져

해외여행 재개·해운 운임 상승으로

서비스수지도 10개월 연속 적자

정부 "연간 흑자, 여행수지가 변수"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외 건전성 핵심 지표인 경상수지가 1월(-42억 1000만 달러) 사상 최대 적자를 낸 데 이어 2월(-5억 2000만 달러)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인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언급하며 하반기에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이 서비스업 중심으로 회복해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수출 회복이 어려워진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은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서비스수지의 회복을 기대하지만 해상 운임 하락, 해외여행 증가 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최악을 보낸 뒤 하반기에나 간신히 벗어나는 ‘상최저하중(上最低下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자료에서 주목할 것은 2월 상품수지가 13억 달러 적자로 5개월 연속 적자라는 점이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계속 적자면 다른 부문에서 흑자를 내더라도 전체로는 적자를 벗어나기 어렵다.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해외 가공, 중계무역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범위가 더 넓은 데도 적자다. 실제 수출입으로 달러를 얼마나 주고받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상품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올 2월 수출은 505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3억 8000만 달러(-6.3%) 감소한 반면 수입은 518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2억 7000만 달러(4.6%) 증가한 것이 상품 수지 적자에 직격탄이 됐다. 특히 반도체(-41.5) 부진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도 비중이 큰 동남아(-25.0%), 중국(-24.3%) 등에서 대폭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가스(72.5%) 등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입이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서비스수지도 20억 3000만 달러 적자인데 10개월 연속 적자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로 해운 운임이 급등하고 해외여행도 전면 봉쇄돼 흑자를 냈지만 서비스수지는 원래 만성 적자였다. 코로나19가 지나고 해운 운임이 제자리를 찾고 해외여행도 재개되자 다시 적자가 늘고 있다. 특히 여행수지는 10억 1000만 달러 적자다. 다만 이자·배당 등 본원소득수지만 31억 2000만 달러 흑자로 전체 경상수지 적자 폭을 간신히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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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은은 서비스수지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월 이후 외국인 입국자가 증가하고 있고 무역수지도 시차를 두고 완만히 개선되면서 올해 경상수지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며 연간 200억 달러 수준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 차관은 다만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여행수지 개선 효과를 얼마만큼 창출할지가 올해 경상수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 600억 원 규모의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부장도 “상품수지는 기초 자료인 통관 기준 무역 수출입 적자 규모가 줄어서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문제는 서비스수지인데 1~2월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화물 운임이 하락하면서 운송수지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은 정부보다 더 보수적이다. 2월 기준으로 내국인 해외여행객 출국자 수는 172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74%까지 회복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서비스수지의 경상수지 흑자 잠식률이 최근 14.7%까지 떨어졌으나 코로나19 이전인 44%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리오프닝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던 수출 회복도 쉽지 않다. 중국이 중간재 중심의 무역이 아닌 내수 중심으로 회복 중이기 때문이다. 3월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1.9로 전월 대비 하락한 반면 비제조업 PMI는 58.2로 12년 만에 최고치다. 중국 핑안증권은 “서비스업 회복 속도가 크게 높아진 반면 제조업은 수출 둔화와 상품 소비 부진 등으로 완만한 개선세를 보이는 등 산업별로 회복세가 차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서비스수지 만성 적자인 동시에 상품수지에만 흑자를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으로 수출 부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며 “가장 큰 적자 항목인 여행수지 개선을 위한 관광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세종=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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